이기적인 기도 (이해인 수녀) 하느님 오늘은 몸이 많이 아프니 기도가 잘 안 되지만 되는대로 말씀드려 봅니다. 앞으로의 남은 날들이 어느 날부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될 거라 생각하면 종일토록 우울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스스로 사물을 분간하며 내 손으로 밥을 먹고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을 꼭 허락해 주세요 누가 무얼 물으면 답해주고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온전히는 아니어도 적당히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병명 없는 통증도 순하게 받아 안을 테니 오랜 세월 길들여 온 일상의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의 건강과 자유는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하느님 그동안 내내 남을 위해서만 기도했으니 오늘은 좀 이기적인 기도를 바쳐도 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