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3032

하느님을 꿈꾸다

하느님을 꿈꾸다 하느님을 꿈꾸다 루카 복음 9장 23-26 얼마 전 수도회 형제들과 함께 청양 다락골 성지에 갔습니다. 무명 순교자들 무덤가에서 형제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고, 각자 흩어져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참 뒤 다시 무명 순교자 묘를 찾았을 때 한 형제가 그 순교자 묘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렇게 누워 있는 그 형제를 저도 한참 동안 멀리서 바라봤습니다. 순교자 묘 옆에 누운 그 마음이 순교자들 모습과 겹쳐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일었습니다. 무엇보다 순교자 묘 옆에 누워 순교자들 마음과 함께 하고자 하는 그 형제의 마음이 좋아보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기운과 위안의 따뜻함이 번져갈 때,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 루카 복음 8장 1-3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 루카 복음 사가는 예수님께서 선교 여행에 열두 제자들 뿐 아니라 여인들도 동반자로 함께 초대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선교 공동체의 구성을 보여주는 오늘 복음을 묵상할 때마다 예수님의 사랑이 참으로 위대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교 여행에 제자들과 더불어 여인들이 초대 받았다는 사실은 여인들에게는 기쁨이자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시대 여인들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동반은 단순히 시중 들기 위함이 아닙니다. 몇몇 여인들은 악령과 병에 시달렸는데 이는 사회, 종교, 관습의 억압으로부터 영적으로 해방됨을 의미..

용서의 향기

용서의 향기 용서의 향기 루카 복음 7장 36-50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가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향유를 부어 발랐다. 죄 많은 여인이 예수님 뒤에 섰을 때 바리사이는 “죄인인데” 하며 예수님이 어떻게 나오실지 지켜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여인이 당신 뒤에 서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여인이 당신 뒤에서 철철 눈물을 흘릴 때 혹여 당황하시지는 않았을까요? ‘아니, 이 여자가 왜 내 뒤에 서서 우는 거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텐데. 빨리 다른 데로 갔으면 좋겠는데.’ 하며 말이지요. 하지만 죄 많은 여인은 한술 더 떠 이젠 눈물로 예수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습니다. 그리고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바르지요. 예수님이 정말 당황하지 않으셨을까요? ‘발에 입까지 맞추다..

삶의 지혜 ​

삶의 지혜 ​ 삶의 지혜 ​ 루카 7장 31-35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 누구나 무엇인가 갈망하고, 말하고 싶고, 지향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미 내 안에 있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과 갈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춤추지 않느냐?’고 ‘왜 울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자신의 내적 갈망도 알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도 가치도 알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 세대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수많은 변화에 적응하느라 피곤한 사람들, 앞만 보고 달리라는 세상의 요청에 충실하지만 가슴이 꽉 막혀 미칠 듯한 이 세대 사람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왜 너는 춤추고 싶은지, 왜 너는 지금 울고 싶은지를 말하라고 하십니다. 그 ..

고통이라는 현미경

고통이라는 현미경 고통이라는 현미경 ​ 요한 복음 19장 25-27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 …가 서 있었다. ​ 고통과 어려움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옵니다. 피하고 싶지만 직면하고, 견디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고통 없는 삶을 살고자 갖은 애를 써도 마음 아픈 순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고통을 어떻게 다루는가?” 혹은 “이 고통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과 예수님은 골고타 언덕 위에 함께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특별한 의미, 즉 “고통이 우리의 사랑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가장 큰 아픔의 순간이지만 이 순간 우리는 어머니의 큰 사랑을 보게 될 뿐 아니라, 이 사랑을 새로운 사랑의..

마음을 주다 ​

마음을 주다 ​ 마음을 주다 ​ 요한 복음 3장 13-17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 신앙을 뜻하는 라틴어 “Credere”라는 말은 본래 ‘자신의 마음을 준다.’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선하기도 때로는 악하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신심으로 어떨 때는 부족한 신심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부침이 반복되는 생활에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마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을 내주시어”(요한 3,16)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무상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주신 하느님을 다시 보며 우리 역시 마음을 내어드리는 것이 참신앙입니다. 죄는 분명 ..

진정한 용서를 위해 먼저 필요한 것, 기도

진정한 용서를 위해 먼저 필요한 것, 기도 진정한 용서를 위해 먼저 필요한 것, 기도 마태오 복음 18장 21-35 베드로가 예수님께 와서 형제가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주어야 하냐고 물어보면서 스스로 대답합니다.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 성경에서 7이라는 숫자는 완전성을 의미합니다. 베드로는 그렇게 일곱 번이면 완전히 용서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더 엉뚱하셨습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베드로는 자신의 넓은 마음을 과시하듯 이야기했지만, 예수님은 완전함을 드러낼 때까지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일흔일곱 번이라는 개념은 완전하며 끝없는 용서를 말합니다. 보통 우리들은 남의 잘못을 잘 용서하지도 못하지만, 용서한다 해도 늘 앙금..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 루카 복음 6장 43-49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좋은 마음, 생각, 기억들도 있지만 욕심, 두려움, 나쁜 기억이나 오해도 있지요. 우리는 자존감 높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만 많은 경우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계속 옳다고 주장하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그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또 누구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 놓이고 또 사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마음에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할 수밖에 ..

맑은 눈

맑은 눈 맑은 눈 루카 복음6장 39-42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비판할 권리가 있고 없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갖고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행동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삶을 하느님께 인도하고, 다른 형제들이 자신을 올바르게 봉헌하도록 하기 위해, 먼저 우리 자신이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를 말하는 것이죠. 하느님의 관심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분은 내면의 고통을 겪고 역경과 모순에 찢겨지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고 희망을 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아십니다...

우리 모두는 고유한 산과 같다

우리 모두는 고유한 산과 같다 우리 모두는 고유한 산과 같다 루카 복음6장 27-38 “남을 심판하지 마라.” ​ 한 이 년 동안을 매주 관악산에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늘 같은 코스로 올라가지만 매번 갈 때마다 느낌은 달랐습니다. 봄이 다르고 여름이 다르고 가을이 다르고 겨울이 달랐습니다. 함께 오르는 벗들과의 이야기가 다르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다르고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다르고 약수터에서 마시는 약숫물의 맛도 항상 달랐습니다. 눈앞에 들어오는 풍광이 다르고 코끝을 스치는 숲의 향기가 달랐습니다. 등산화에 닿는 흙의 질감이 다르고 이마에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의 밀도가 늘 달랐습니다. 이렇듯 산이 주는 매력은 몇 가지 단어로 묘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평생을 같은 산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