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우리 모두는 고유한 산과 같다

수성구 2020. 9. 11. 04:32

우리 모두는 고유한 산과 같다



우리 모두는 고유한 산과 같다

루카 복음6장 27-38


 

“남을 심판하지 마라.” ​

 

한 이 년 동안을 매주 관악산에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늘 같은 코스로 올라가지만 매번 갈 때마다 느낌은 달랐습니다.
봄이 다르고 여름이 다르고 가을이 다르고 겨울이 달랐습니다.
함께 오르는 벗들과의 이야기가 다르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다르고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다르고 약수터에서 마시는 약숫물의 맛도 항상 달랐습니다.
눈앞에 들어오는 풍광이 다르고 코끝을 스치는 숲의 향기가 달랐습니다.
등산화에 닿는 흙의 질감이 다르고 이마에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의 밀도가 늘 달랐습니다.
이렇듯 산이 주는 매력은 몇 가지 단어로 묘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평생을 같은 산을 올랐다 해도 내가 이 산을 다 안다고 누구도 감히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모습과 생명을 품고, 매번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산,
거기에다 이러한 산 안에 있는 수많은 길들 중 우리는 고작 몇 가지 산길을 걸을 뿐입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역시 각각의 고유한 산과 같습니다.
그 누구도 다 알 수 없는 각자 내밀한 역사를 가진, 상처와 영광,
사랑과 아픔을 간직한 산과 같습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의 섭리 안에서 그 사람이라는 산에 잠시 올랐을 뿐,
내가 결코 그를 다 안다고 판단하며 심판할 수 없습니다.


*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남창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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