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오늘, 지금, 이 찰나.

수성구 2020. 9. 5. 06:34

오늘, 지금, 이 찰나.



오늘, 지금, 이 찰나.

루카 복음 5장 33-39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저녁 약속이 없는 때면 어김없이 숙소 근처 산책로를 걷습니다.
가급적 잡생각을 내려놓고 땅에 발이 닿는 느낌에 주목하며 천천히 걷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흩어진 구름들 사이로 저물어가는 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구름들 사이로 잘게 뻗어져 나오는 빛살과 배경을 이루는 파란 하늘
그리고 태양의 색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문득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고, 세상을 마주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또 분명하게 자각되어 깊은 감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우리들의 매일, 매 순간은 주님이 주시는 세상 달콤한 포도주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헌 가죽 부대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지나가버린 낡은 생각이나
아직 찾아오지 않은 헛된 생각들에 사로잡혀 보냅니다.
우리에게 현재는 너무나도 찰나의 순간이기에
우리가 생각을 내려놓고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지나가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찰나의 새 포도주는 우리들 묵은 마음이라는 냉장고에 쳐박혀버리고,
어느새 썩어버린 오래된 음식물처럼 그 안에서 폐기되기 십상입니다.


* ​기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는 지금입니다.

남창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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