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3032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루카 복음 6장 20-26 “행복하여라, …!” 과연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는 인류 역사와 늘 함께 해왔던,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하버드 대학에서 이 주제에 대한 무려 75년에 걸친 추적연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75년 동안 미국 남성 724명의 삶을 추적한 이 연구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초의 연구 대상자 724명 중 현재 생존자들은 60여 명이고 그들 대부분이 90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그들의 자녀들과 손주들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 놀라운 75년 동안의 추적 연구의 중간보고를 통해 연구자들은 인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음의..

33년 동안의 성사 중지

33년 동안의 성사 중지 33년 동안의 성사 중지 루카 복음6장 1-5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조선에서 활동했던 첫 번째 성직자인 주문모 신부가 순교한 후 조선땅의 천주교도들의 성사생활은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됩니다. 그로부터 무려 33년 뒤인 1833년 겨울이 돼서야 두 번째로 유방제 신부가 조선교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무려 33년 동안의 성사 중지. 혹독한 박해와 더불어 성직자 없는 평신도들만의 교회공동체가 되어버린 조선교구에 대해 당시 선교사들은 막 태동하던 조선교구의 천주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망적 예상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사 생활 없는 33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땅에는 천주교인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과연 미..

오늘, 지금, 이 찰나.

오늘, 지금, 이 찰나. 오늘, 지금, 이 찰나. 루카 복음 5장 33-39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저녁 약속이 없는 때면 어김없이 숙소 근처 산책로를 걷습니다. 가급적 잡생각을 내려놓고 땅에 발이 닿는 느낌에 주목하며 천천히 걷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흩어진 구름들 사이로 저물어가는 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구름들 사이로 잘게 뻗어져 나오는 빛살과 배경을 이루는 파란 하늘 그리고 태양의 색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문득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고, 세상을 마주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또 분명하게 자각되어 깊은 감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우리들의 매일, 매 순간은 주님이 주시는 세상 달콤한 포도주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헌 가죽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루카 복음 5장 1-11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을 만나 뵌 자리는 인간적으로만 보면 썩 유쾌하지는 않은 자리였습니다. 뭐랄까 조금은 굴욕적인 자리로 보입니다. 나름 베테랑 어부가 밤새 그물을 쳤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 빈 그물을 밤새도록 수없이 다시 던진다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 베드로의 우직한 모습을 보신 예수님은 도발 아닌 도발을 감행하십니다. 요 앞도 아니고 저기 깊은 곳으로 ‘다시’ 나아가 그물을 던지라고 목수가 어부에게 조언을 합니다. 베드로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그분의 알 수 없는 권위에 노를 저어 나갑니..

가장 좋았던 시절은 언제였습니까

가장 좋았던 시절은 언제였습니까 가장 좋았던 시절은 언제였습니까 루카 복음 4장 38-44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 티브이 광고를 보다보니 재밌는 카피가 들립니다. ‘당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그러면서 예쁘고 젊은 여자 모델의 얼굴이 클로즈업됩니다. 알고보니 기능성 화장품 광고입니다. 이 화장품을 쓰면 가장 예뻤던 때의 팽팽한 피부로 만들어준다는 뜻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오늘이야말로 내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이고, 지금이야말로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시간입니다. 나의 과거의 가장 젊고 싱싱했던 시간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들은 지금의 소중함을 잃고 맙니다. 아는 지인 중에 저보다 대여섯 살..

내로남불?

내로남불? 내로남불? 루카 복음 4장 31-37 마귀는 그를 …내동댕이치기는 하였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차를 탔습니다. 새 차를 뽑았다며 으쓱하던 친구는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올리더니 꽤나 위험하게 난폭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한쪽에 있는 손잡이를 꽉 잡았습니다. ‘좀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은데?’ 하니 ‘빨리 가서 조금이라도 더 쉬는 게 낫지!’ 합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데 옆 차선의 차가 깜빡이도 없이 갑자기 끼어 들어옵니다. 순간 휘청한 친구는 온갖 욕설을 쏟아부으며 끼어든 차를 향해 들리지도 않을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기에 친구의 운전이 그 전까지 몇 배나 더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인 친구의 마음속에는 한번 끼어든 ..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마르코 복음 6장 17-29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세상살이 하다 보면 힘이 없어 서러울 때가 더러 있습니다. 직장에선 상사에게 모욕 당하고, 장사하는 이들은 손님의 갑질을 감수해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억울해도 ‘든든한 백’ 하나 없어 속수무책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식만은 이런 서러운 일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성공해야 한다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집니다. 그렇지만 오늘 복음의 헤로데 모습을 보면 권력가라고 반드시 행복하거나 편안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로운 사람을 함부로 죽이며 몹시 괴로워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자신의 행동에 변명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헤로디아의 딸과 맺은 약속도 지..

예수 안에 머무를 때에

예수 안에 머무를 때에 예수 안에 머무를 때에 요한 복음 11장 19-27 “너는 이것을 믿느냐?” ​ 슬픔에 휘청이는 마르타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는 죽지 않았을 겁니다.’ 예수님을 타박하는 듯 들리기도 하는 이 말은 ‘주님과 함께일 때는 죽었어도 살아 있는 것이고, 주님과 함께 있지 않은 사람은 살아 있어도 죽은 몸이나 다름없다’는 신앙고백으로 해석됩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서둘러 오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단순하게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우리도 마르타와 함께 대답합시다. “저희..

밀의 성장을 믿고

밀의 성장을 믿고 마태오 복음 13장 36-43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 종들이 주인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저희가 가서 가라지를 거두어 낼까요?’ ‘아니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28-30) 종들의 시선은 가라지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밝고 긍정적인 면보다 어두운 면을 잘 찾아내는 시선입니다. 주인은 밀을 바라봅니다. 주인은 ‘등불이 되는 시선’을 가졌기에 상대의 내면을 비추어주고 그 안에 간직된 선함과 재능을 발견해냅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이 환하다.’(마태 6,22) 예수께서 말씀하신 그 시선입니다. 가라지 속의 밀을 신뢰하시는 예수님은 가라지를 뽑아내지 못하게 하십니..

기다리며 증언하는 교회

기다리며 증언하는 교회 기다리며 증언하는 교회 마태오 복음 13장 44-52 주님의 제자교육은 부활하신 후에도 여전하였는데, 사도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승천하시면서 주신 명령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성령을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승천하시는 주님을 붙잡고 사도들이 다급하게 여쭸습니다. ‘주님께서 나라를 일으키실 때가 지금입니까?’ 예수님은 대답을 거절하십니다. 그 시기는 ‘아버지만 아신다. 너희가 알 바 아니다. 너희는 성령을 기다려라.’ 사도들은 교회 공동체의 특성이 “기다리며 증언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깨달은 바를 실천에 옮겼으니, 그들은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습니다. 자신들의 기도에 ‘언제까지입니까?’ 하는 물음은 담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