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3032

타인의 귀함

타인의 귀함 타인의 귀함 마태오 복음 8장 5-17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 예수님 시대에 로마제국은 군사 5천 명을 보내 이스라엘을 지배했습니다. 백 명의 로마군인을 휘하에 둔 백인대장은 큰 권력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기 종이 중풍에 걸려 누워 있다며 주님을 찾아옵니다. 그 종은 전쟁포로로 끌고 왔거나 노예시장에서 산 종이었을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자기 가족도 아닌 종을 위해 주님께 애원합니다. 주님께 청하면서도 주님을 제 지붕 아래 모실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 유다인들은 이방인의 집에 발을 들이면 죄가 옮겨온다고 여겼습니다. 백인대장은 유다인인 주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제 종이 나을 거라고 믿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보물찾기

보물찾기 보물찾기 마태오 복음 8장 1-4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 주님께서 나병환자를 낫게 하십니다. 그러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성경에는 주님께서 병자를 고쳐주시고 함구령을 내리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선한 일을 행하시고 이를 널리 알리면 하느님 나라 선포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왜 말하지 못하게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신앙을 마술적이고 기복적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당에 다니면 병이 낫겠지, 절에 다니면 돈을 많이 벌겠지 하는 기대를 갖습니다. 그리고 현세에서 원하는 일들의 성취가 좌절되었을 때 신앙을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습니다. 좋으신 아버지께 우리의 필요를 청하는 신앙은 소중한 마음입니다. ..

하느님의 자비

하느님의 자비 하느님의 자비 마태오 복음 18장 19ㄴ-22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 “주님, 제 형제가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베드로 사도가 이 질문을 한 것은 아마도 스승님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당시는 동태복수同態復讐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남이 나에게 피해를 준 만큼 되갚아주는 것이 정당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용서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을 들은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 칭찬받고자 “저는 일곱 번까지 용서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베드로를 칭찬하지 않으시고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성경에서 일곱은 완전을 뜻하는 숫자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일곱..

침묵

침묵 침묵 루카 복음 1장 57-66.80 “즈카르야는 즉시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 오늘 복음은 요한의 할례식 장면을 전합니다. 이스라엘의 할례식은 명명식을 동반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름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가리키는 예언적 성격을 가집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천사가 알려준 대로 아기 이름을 ‘요한’이라고 정합니다. 요한이라는 말은 ‘주님은 은혜로우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태어난 아기가, 하느님 은총의 실현을 선포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요한이 엘리사벳 태중에 있는 동안 즈카르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할례식 자리에서 요한의 이름을 서판 위에 적자, 말을 하게 되어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성경은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된 것을, 불신하여 벌을 ..

좁은 문

좁은 문 좁은 문 마태오 복음 7장 6.12-14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 ​ 유럽에 성지순례 갔을 때, 여러 성당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독특한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은 엄청나게 큰데 그에 비해 성전 문이 아주 작았습니다. 한 줄로 서서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 성당 문은 왜 이렇게 작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알고 보니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원래 이 성당은 큰 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슬람 군대가 쳐들어와 도시를 점령했을 때, 군인들이 말을 타고 성당 안에 들어왔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슬람 군인들이 물러가고 마을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했습니다. “다시는 ..

유일한 심판관이신 하느님

유일한 심판관이신 하느님 유일한 심판관이신 하느님 마태오 복음 7장 1-5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 우리는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주님 말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판단하고 심판하는 일에서 자유롭기가 참 어렵습니다. 친한 사람과 함께 대화할 때 의도치 않게 남을 흉보고 심판하게 됩니다. 그런데 남을 심판하고 나면 시원하기는커녕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것은 상대를 심판할 때, 그 잣대가 동시에 나를 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성으로는 서로 관계없는 개별 존재지만 신성으로는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심판할 때 유쾌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의식하든 그러지 못하든 간에 서로 온전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낍..

두려움이라는 허상

두려움이라는 허상 두려움이라는 허상 마태오 복음 10장 26-33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한평생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릴 때는 귀신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사람이 무섭습니다. 생의 마지막에는 죽음이 두려울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압니다. 내면에서 스스로 키우는 생각의 괴물도, 나를 괴롭히는 타인의 폭력성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것을 압니다. 하지만 나약한 본성을 지닌 우리에게 두려움은 구체적으로 와 닿는 실재로 느껴져,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다윗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불리움 받았을 때 그는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다윗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형들을 만나러 갔을 때..

받아들임’의 멍에

받아들임’의 멍에 받아들임’의 멍에 마태오 복음 11장 25-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 멍에는 말이나 소가 무거운 것을 끌고 가도록 가축의 목에 거는 나무 막대를 말합니다. 가축이 그 막대를 끌고 가면, 거기에 줄로 연결된 수레나 쟁기가 뒤따라 끌려가는 식이지요. 그러다 보니 수레나 쟁기와 비교해 멍에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가축의 몸에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일이 고되게 느껴지는 정도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비단 물리적인 멍에만이 아니지요. 심리적인 멍에, 다시 말해서 그것이 남의 일인지 아니면 내 일인지, 또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따라 힘든 정도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억지로 하는 일은 고달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은 힘..

당신을 즐기도록 당신을 알고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당신을 즐기도록 당신을 알고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당신을 즐기도록 당신을 알고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소서, 내 영혼아, 네가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느냐? 너는 하느님을 찾고 있었는데, 하느님은 모든 것 가운데 가장 높으시고 그분보다 더 좋은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너는 그분이 생명 자체이시고 빛이시며 지혜이시고 선이시며 영원한 행복이시고 복된 영원이시며 어디에나 언제나 계시는 분이심을 알게 되었다. 나를 형성하시고 또 변모시키신 내 주 하느님이시여, 갈망하는 내 영혼에게 당신은 내 영혼이 본 것과 다른다는 것을 말씀해 주시고 이 영혼이 갈망하는 것을 환히 보게 해주소서. 내 영혼은 보는 것 이상으로 보고파 애달아 하지만 그가 본 것 외에는 어둠밖에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아니..

올바른 자선, 올바른 기도, 올바른 단식 / 송영진 신부

올바른 자선, 올바른 기도, 올바른 단식 / 송영진 신부 올바른 자선, 올바른 기도, 올바른 단식 / 송영진 신부 (2020. 6. 17. 수)(마태 6,1-6.16-18)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1-4).” 이 말씀에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