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4569

2022년 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

2022년 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 학창 시절에 소위 ‘울렁증’으로 힘든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만 받아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부가 되기 전에 이 증세를 없애야 하는데,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더 큰 불안감을 가져오면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울렁증,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요? 우황청심환도 소용없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비’였습니다. 미사 독서를 해야 할 때는 거의 외울 정도로 계속 읽었습니다. 발표할 때도 제가 말할 내용을 모두 외워서 했습니다. 그 결과 떨기는 했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강론을 위해 원고를 외우게 될 때까지 읽은..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이사 42,1-7; 사도 10,34-38; 루카 3,15-22 2022.1.9.; 주님 세례 축일; 이기우 신부 ⒈ 오늘은 성탄 시기를 마감하는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한처음에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시던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하느님 백성이 사는 이스라엘 땅에 유다인으로서 오시어 나자렛 가정에서 자라시다가 서른 살이 되었을 무렵에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당신의 사명에 따른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즉, 요르단 강가에서 물로 세례를 베풀던 요한에게로 찾아가서 여느 죄인들처럼 물의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시고 공생활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세례는 죄를 씻고자 받는 것인데도 죄도 없으신 분이 다른 죄인들처럼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향후에 당신을 믿고 따르게 될 ..

2022년 1월 8일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세례자 요한은 왜 예수님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2022년 1월 8일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세례자 요한은 왜 예수님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2022년 1월 8일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요한 3,22-30)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22-30 그때에 2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유다 땅으로 가시어, 그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머무르시며 세례를 주셨다. 23 요한도 살림에 가까운 애논에 물이 많아, 거기에서 세례를 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가서 세례를 받았다. 24 그때는 요한이 감옥에 갇히기 전이었다. 25 그런데 요한의 제자들과 어떤 유다인 사이에 정결례를 두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26 그래서 그 제자들이 요한에게 가서 말하였다. “스승님,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스승님과 함께 계시던 분, 스승님께서 ..

공현의 과정: 물과 피와 성령

공현의 과정: 물과 피와 성령 1요한 5,5-13; 루카 5,12-16 / 2022.1.7.; 공현 후 금요일; 이기우 신부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시던 예수님의 소문이 그 지방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해서 천형(天刑)이라 불리던 나병을 예수님께서 당신의 뜻만으로 아주 간단하게 고쳐주셨기 때문입니다(루카 5,13). 그런데 정작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그 놀라운 치유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몸이 깨끗해진 나병환자에게 함구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단지 한 말씀만 하셨는데, 그것은 사제에게 가서 깨끗해진 몸을 보여주고, 그러니까 나병이 나았음을 증명해주고 이에 대한 예물을 바치라고 명하셨습..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질 때 ..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질 때 ... 1요한 4,19-5,4; 루카 4,14-22 / 2022.1.6.; 공현 후 목요일; 이기우 신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질 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나타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벼랑 끝에 내몰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릴 뻔 했던 가난한 이들이 희망을 다시 찾고 기운을 내서 살아가고자 일어설 때, 우리는 메시아께서 일하셨음을 알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교부들은 주님의 공현을 세 가지로 알려주었습니다. 동방박사의 방문, 요한 세례자로부터 받은 세례, 카나의 혼인잔치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공현의 또 다른 징표가 있음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징표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성령의 이끄심을 받아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내는 별빛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내는 별빛입니다 1요한 4,11-18; 마르 6,45-52 / 2022.1.5.; 공현 후 수요일; 이기우 신부 메시아를 기다리던 동방박사들은 점성술에 밝았던 고대의 천문학자 겸 신학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밤마다 지구를 도는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오고 있었으며 큰 별이 새로이 나타나자 메시아 탄생을 알려주는 징표로 해석하고는 자기가 살던 고장을 떠나 베들레헴까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우주가 창조될 때 형성된 별들은 저마다의 질량을 지니고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모이기도 해서 하늘의 별자리를 만들지만 저마다 자전도 하고 큰 별을 중심으로 공전도 합니다. 이 움직임은 태초부터 오랜 세월 동안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별들마다 그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우주 속 한 별인 지구에서..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복음: 마르 6,45-52: 예수님께서는 빵의 기적을 행하신 다음 제자들을 재촉하여 당신보다 먼저 건너편으로 가게 하신다. 그러나 그들이 호수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풍랑과 맞바람 때문에 아무리 애를 써도 예수님 없이는 도무지 풍랑과 맞바람을 이겨내고 건너편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말씀께서는 호수 건너편으로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어 호수 위를 걸어 그들에게 가신다. 맞바람은 뜻하지 않게 맞게 되는 유혹과 곤경과 싸움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님께서는 풍랑과 맞바람에 뒤흔들리는 배 안에서 당신 제자들을 단련시키려 하신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분명히 물 위를 걸어오시는 그리스도를 보았다...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 예수 그리스도 1요한 4,7-10; 마르 6,34-44 / 2022.1.4.; 공현 후 화요일; 이기우 신부 오늘 복음은 5천명도 훨씬 넘는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빵의 기적 사건을 전합니다. 이 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요한 6,35.41)이라고 밝히신 예수님께서는 이 사건을 사전 교육으로 삼아 당신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이 때는 바로 그 다음 날에 집행될 십자가형에서 못 박힐 당신의 몸을 빗대어 빵을 나누어주시며 “이는 내 몸”(마태 26,26)이라고 말씀하시고, 그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려 흘리실 당신의 피를 빗대어서는 포도주를 나누어주시며 “이는 내 피”(마태 26,28)라고 말씀하셨던 ..

우리는 진리의 영을 압니다(1요한 4,6)

우리는 진리의 영을 압니다(1요한 4,6) 1요한 3,22-4,6; 마태 4,12-25 / 2022.1.3.; 공현 후 월요일; 이기우 신부 “한 국가는 다른 국가에 대해 서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며, 국가들 간의 관계는 진리 · 정의 · 적극적 연대 · 자유 등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회칙 「지상의 평화」, 80항) 평화 문제에 대해 가르친 최초의 회칙은 요한 23세가 반포한 「지상의 평화」였고, 특히 80항의 가르침은 진리의 영에서 나온 혜안의 결과였습니다. 그 자신도 윤리신학자였던 요한 23세의 이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현대 가톨릭 윤리신학은 성경이 가르친 사랑의 진리를 사회적으로 번역해 내었습니다. 그것이 평등은 정의의 열매이며, 정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초로 한다는 명제입니다. 세상을..

[공현 대축일]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공현 대축일]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이사 60,1-6; 에페 3,2-6; 마태 2,1-12 2022.1.2.; 주님 공현 대축일; 이기우 신부 ⒈ 공현은 평화의 빛 새 해 첫 날을 평화의 날로 맞이한 우리는 이어서 둘째 날인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세상에 오신 구세주께서 공적으로 드러남을 기념하는 공현은 다른 무엇보다도 세상에 평화를 드러내는 일이어야 함을 전례가 말해줍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구세주를 믿는 이들, 즉 그리스도인들이 메시아 백성으로서 역사의 주체로 나서서 평화를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소명을 의미합니다. ⒉ 말씀의 흐름: “일어나 비추어라!” 오늘 첫째 독서는 이사야가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동족을 친근하게 ‘예루살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