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
학창 시절에 소위 ‘울렁증’으로 힘든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만 받아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부가 되기 전에 이 증세를 없애야 하는데,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더 큰 불안감을 가져오면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울렁증,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요? 우황청심환도 소용없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비’였습니다. 미사 독서를 해야 할 때는 거의 외울 정도로 계속 읽었습니다. 발표할 때도 제가 말할 내용을 모두 외워서 했습니다. 그 결과 떨기는 했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강론을 위해 원고를 외우게 될 때까지 읽은 뒤에야 미사에 들어갑니다. 이제 울렁증이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든 외워서 강론합니다. 이런 대비가 저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때 이 점을 이야기해줍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지금 해야 할 대비는 무엇인가요?”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사람이 불안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공부하면 됩니다. 죽음을 앞두고 불안한 사람이 불안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느님 나라에 희망을 두고 기도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나라에 잘 들어가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면 됩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세례받으시는 날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으신 분이 왜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어야 했을까요? 아무 죄도 없으신 분이 받아야 하는 세례라면, 죄 많은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을 직접 모범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세례는 앞서 우리의 구원 삶을 미리 대비하는 활동이 됩니다. 하늘 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을 수가 있을까요? 그 어떤 영혼의 정화도 없이 참 기쁨과 행복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 구원을 위한 가장 큰 대비가 바로 세례입니다.
이 세례는 단순히 세례받는 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답게 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직접 보여주신 겸손과 사랑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세례를 받은 참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하고 노력해야 할 대비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의 명언: 인생은 꽃, 사랑은 그 꽃의 꿀(빅토르 위고).
사진설명 : 세례받으시는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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