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4569

태중의 만남, 요한과 예수

태중의 만남, 요한과 예수 아가 2,8-14; 루카 1,39-45 / 2021.12.21.(화); 이기우 신부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가 만나실 때, 두 여인은 모두 태중에 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루카는 엘리사벳의 입으로 그녀의 태중에 있던 아기도 마리아의 태중에 있던 아기를 만나면서 기뻐 뛰놀았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께서는 모태에서부터 만난 사이가 되었습니다. 영적인 이끌림으로만 가능했을 이 만남은 과연 두 아기가 장성해서도 서로가 영혼으로 교감하는 범상치 않은 관계로 이끌어갔습니다. 육 개월 차이로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장성하여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자라는 동안 만날 일이 없었으나 세례 운동을 벌인다는 요한에 대한 소문을 예수님께서 들으셨습니다. 그러나 서로 상의할 것..

그리스도 왕권의 숨은 비밀

그리스도 왕권의 숨은 비밀 이사 7,10-14; 루카 1,26-38 / 2021.12.20.(월); 이기우 신부 오늘 복음은 가브리엘 천사가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젊은이와 약혼한 처녀 마리아를 찾아온 이야기를 전합니다. 천사는 영문을 알지 못해서 몹시 놀라는 마리아에게 뜻밖의 인사말로 시작했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마리아가 이때 들은 인사말의 내용인 은총이 과연 무엇인지는 두고 두고 밝혀지게 됩니다. ‘두고 두고’ 밝혀진다는 말은 이 은총의 내용이 믿음으로만 알 수 있어서 많은 경우에 마치 숨겨진 비밀처럼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음을 알려주는 천사는 그 ‘은총’에 대해서 우선 직접적으로 알아야 할 사실부터 운을 떼었..

12월 20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20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20일 복음: 루카 1,26-38: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가 이어지고 있다. 복음에서는 가브리엘 천사가 등장하는데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힘’이라는 뜻이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28절) 이런 인사는 남자가 들은 것이 아니라 오직 마리아에게만 주어진 인사였다. 주님께서는 그냥 마리아를 보러 오시는 것이 아니라, 태어남의 새로운 신비를 통해 마리아에게로 내려오시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28절) 주님께서는 그냥 마리아를 보러 오시는 것이 아니라, 태어남의 신비를 통해 마리아에게로 내려오시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천사를 바라보던 그 자리에서 하늘의 심판관을 몸에 받아 모시고 있음을 알아차..

대림 제4주일 : 다해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대림 제4주일 : 다해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대림 제4주일: 다해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주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3). 엘리사벳의 이 말은 주님을 기다리는 교회의 느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의 전례는 깨어 기다림의 표본이 되시는 마리아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복음 전 노래를 부른다. 이 마음의 자세는 새로운 강생의 기적이 우리 안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자세이다. 사실,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태어나시지 못한다면 이 성탄은 나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복음: 루카 1,39-45: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미가서는 유다의 땅 베들레헴에서 ..

12월 18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18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18일 복음: 마태 1,18-24: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경위 주님께서 육신으로 태어나신 것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것은 시간이 생겨나기 전의 일이다. 그분은 육신으로는 동정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셨고, 그분께서 아드님이심은 아버지 하느님에게서 비롯한다. 주님은 당신의 보이지 않는 신성을 보여 주시려고 눈에 보이는 육신을 취하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1,1)으로 나셨고 우리가 태어나듯이 “여인에게서”(갈라 4,4) 태어나셨지만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요한 1,13) 성령으로 말미암아 태어나셨으므로 우리의 태어남보다 위대한 태어남이다. 여기에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

12월 17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17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12월 17일 복음: 마태 1,1-17: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1절).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심을 믿도록 한 것이다. 그분은 하느님으로 아버지와 같은 분이시며, 육에 따라 인간의 가계에 속한 분이시다. 그분은 하느님으로 남아 계시면서, 하느님이시기를 그치지 않으신 채로 사람이 되셨다. 마태오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본성을 취하시고 인간이 되셨음을 밝히고 있다. 마태오는 주님께서 육신으로 태어나신 두 번째 탄생에 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아브라함과 다윗은 둘 다 육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계에서 훌륭한 선조였다. 주님께서는 할례로 유대 민족의 선조가 된 아브라함에게 그의 후손을 ..

대림 제3주간 목요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대림 제3주간 목요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대림 제3주간 목요일 복음: 루카 7,24-30: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더냐? 예수님은 요한의 제자들을 떠나보내신 다음에 요한을 높이 평가하시며 칭찬하신다. 사람들은 요한을 보고 그의 말을 들으려 광야로 몰려갔다. 예수님은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24절) 물으신다. 그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려고 광야에 나간 것은 아니었다. 주님은 세상을 불모지 광야로 비유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의 무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보러 나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흔들리는 갈대란 변하기 쉬운 것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기에 사람들은 변덕이 심하고 흔들리는 생각을 하는 인물을 보기 위하여 광야에 나간 것은 아니라는 ..

의롭고 구원을 베푸는 하느님,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의롭고 구원을 베푸는 하느님,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사 45,6-25; 루카 7,18-23 / 2021.12.15.; 대림 제3주간 수요일; 이기우 신부 언어는 현실의 거울입니다. 말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좌우가 바뀐 채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동족들을 향하여 하느님께 대한 가르침을 새삼스레 전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동족들의 신앙 생활이 마치 하느님 없는 듯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신관 교육은 매우 기초적입니다. “나는 빛을 만드는 이요 어둠을 창조하는 이다. 하늘아, 위에서 구원의 이슬을 내려라. 구름아, 의로움의 비를 뿌려라. 땅은 열려, 구원이 피어나게, 의로움도 함께 싹트게 하여라. 나 주님이 이것을 창조하였다”(이사 45,6-8). 또한 세례..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대림 제3주간 수요일 복음: 루카 7,19-23: 오시기로 되어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오늘 복음에 보면 요한은 감옥에서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들을 전해 듣고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19절) 하고 묻고 있다. 세례자 요한은 “오실 분”을 예고한 바 있다. 예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은 요한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세례자 요한이 생각했던 그 오실 분은 마지막 심판자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요한의 제자들에게 ‘내가 메시아다.’라고 대답하는 대신, 당신이 ‘오실 분’임을 보여주는 기적들을 일으키신다. “질병과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또 많은..

복음적 가난과 사회 복음화를 위한 십자가의 영성

복음적 가난과 사회 복음화를 위한 십자가의 영성 스바 3,1-13; 마태 21,28-32 / 2021.12.14.; 십자가의 성 요한; 이기우 신부 오늘은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16세기 중반 그가 태어났을 당시에 스페인은 유럽을 발판으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세력을 넓힌 최초의 근대적 제국이었고 그 덕분에 경제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식민지 경영으로 막대한 은을 수탈하여 그 당시 왕실과 귀족들은 어마어마한 부와 사치를 누리면서도 국가 경제를 위해 쓸 줄 몰랐기 때문에 식민모국의 백성들과 식민지의 백성들은 그만큼 비참한 가난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요한도 제국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을 체험했습니다. 이 가난 체험은 그가 가르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