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하늘을우러러 107

가엾은 마음

가엾은 마음 나 자신도 힘들지만 더 힘들거나 힘들지 않거나 위타적 사랑의 지향을 가지고 기도할 때 사랑이신 주님께서 역사하신다. 마치 십자가의 길의 8처처럼 고난 중에서도 예루살렘 부녀자들을 위로하시는 예수님과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사람, 특히 병고와 다른 이유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해 며칠을 두고 그와 그의 아픔을 두고 기도하다가 잠이 들면, 꿈속에서도 무의식 가운데서도 그를 위해 기도하게 된다. 내가 그와 그의 아픔을 두고 기도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서로 있는 곳과 시간이 달라도 한손에 지구를 들고 계시며 온 우주와 세상을 주관하시고, 인간사, 세속사를 구원의 역사로 바꾸시는 주님을 감동시켜 기도 응답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기도 ..

가장 완전한 신심

가장 완전한 신심 우리의 완덕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과 일치하고 그분께 봉헌되는 데 있다. 그러므로 모든 신심 중에서 가장 완전한 신심은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며, 그분과 일치하고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는 신심이다. 그런데 모든 조물 가운데 마리아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가장 친밀하게 일치하셨다. 따라서 모든 신심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예수님께 가장 잘 봉헌하게 하고 친밀하게 일치시키는 신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대한 온전한 신심이다. 그래서 마리아에게 봉헌하면 할수록 예수 그리스도께도 봉헌하는 것이 된다. - 성 루도비코 -

미사 예찬

미사 예찬 누구에게든 성당하면 연상되는 것이 엄숙하게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특히 새벽미사를 참례하러 성당 문을 들어서는 신자들의 얼굴에는 미리부터 아침 이슬의 영롱함이 거룩하게 빛납니다. 미사는 가톨릭 신앙의 중심을 이룹니다. 가톨릭 신자는 미사의 힘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과 미국 연합군 포로들의 이야기가 이를 감동적으로 증언해 줍니다. 다음은 그들이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초라한 모습으로 일본인의 포로수용소에서 60마일이나 되는 길을 걸어 태평양에 있는 수용소로 옮기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수용소에 도착했을때 그들은 기진맥진해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은 자신들의 대표로 윌레에 중위를 뽑아서 자기들의 가장 긴요한 요구사항을 간곡하게 전했습..

섬기는 사람

섬기는 사람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태 20, 26) '너희 가운데에서'란 표현은 제자들을 다른 대상과 구분짓는 말로서, 이미 제자들은 이 세상 나라와는 구별되는 하느님 나라에 속한 자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처럼 제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속한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고방식은 전혀 변화되지 않았기에 예수님께서는 사랑과 겸손, 섬김이 기본이 되는 천국의 본질과 관련해서 역설적인 진리를 가르치신다. 여기서 '섬기는 사람'으로 번역된 '디아코노스'(diakonos)는 '심부름을 가다'라는 뜻이 있는 '디아코'(diako)에서 유래하여 '일꾼', '하인'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초대..

어둠 속에 있는 보화

어둠 속에 있는 보화 '흰 부분이 아닌 검은 눈동자를 통해서 사물을 보고, 밤이 되어야 아름다운 별빛, 달빛을 보듯이 사람에게도 어두운 체험, 실망, 아픔을 통해서 삶의 깊이와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선배 신부님께서 보내신 내용인데, 살면서 특히 아픔이 있거나 어두운 체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될까 해서 함께 나눈다. 참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제도 어둠, 오늘도 어둠, 내일도 어둠과 같은 일이 계속 되는 사람에게, 아니 칠흑같은 밤만 계속되고 희망이 조금도 없는 사람에게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싶다. 그만큼 고난을 받는 시간, 어둠과 아픔 중에 있는 시간들이 문학적인 소재로 치부되거나 낭만적인 어휘로 표현될 만큼 쉽지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고난, 죽지 못해 마지..

천상의 끈

천상의 끈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예수님과 일치시키는 천상의 끈이시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과 그분의 피조물들을 연결하는 사랑의 끈이시다. "성모님께서는 항상 당신의 아드님과 우리 사이에 계신다."라고 아르스의 비안네 신부는 말했다. 우리가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께 기도할 때, 우리가 성모 성심과 함께 예수님을 흠숭하고 사랑할 때, 우리의 모든 기도와 모든 흠숭과 사랑의 행위는 깨끗하고 고귀해진다. - -

마리아처럼

마리아처럼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는 마리아의 태도는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마리아처럼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면서 신앙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마리아로 부르신다. 생명이신 예수님을 출산하라고 부르신다. 우리 안에, 세상을 위해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을 낳으라고 우리를 부르신다. - -

신앙은 젊음의 원천

신앙은 젊음의 원천 신앙은 영적 활력의 원천이다. 그렇게 느끼지 않더라도 신앙은 젊음의 원천이다. 신앙은 우리 안에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것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며, 이 믿음은 노화 과정을 영혼의 모험으로 변화시킨다. 신앙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몸에만 관심을 쏟을 경우 우리를 집어삼킬 수도 있는 절망에서 우리를 보호해 준다. 신앙으로 사는 사람들은 노화라는 무서운 도둑에게 자신의 젊음뿐만 아니라 자아까지도 도둑 맞는 일은 당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까지 양로원에도 많이 가보았고 대학교에도 많이 가보았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대학보다는 양로원에서 젊음을 더 많이 발견하곤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양로원에서 보는 신앙이 대학 캠퍼스보다 훨씬 더 크고 튼튼하기 때문이다. 신앙은 영혼의 요..

십일조 신앙 -1

십일조 신앙 -1 한센병 환우들의 정착 마을이 전국에 약60개 정도 남아 있는데 종교적으로 분류하면 세 가지 형태다. 개신교 단독 마을, 천주교 단독 마을, 그리고 천주교 · 개신교 혼합 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오래 전 혼합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1960년대, 그때에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환우들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웠다. 다행히 천주교에서는 구호물자가 나와서 밀가루다, 강냉이다 해서 배급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 신부들이 간간이 쌀값이다, 연탄 값이다 해서 지원을 해주었다. 그러나 개신교 신자들은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거지 신세나 다름없었다. 생계가 어려운 환우들은 읍내에 내려가 각설이 타령으로 돈 좀 얻어 끼니를 때우고 살림을 꾸렸는데, 조금 여유가 있는 자들은 양돈이나..

영성적인 교만

영성적인 교만 우리가 무엇보다 피해야만 하는 일종의 사악한 교만이 있는데, 그것은 영성적인 교만이다. 이 교만은 하느님의 은총으로써 우리 자신을 찬미하고, 그분의 초자연적인 선물의 목표를 우리 자신의 목표로 만들고, 그분께 돌려져야 할 영광을 우리 자신에게 돌리는 것 등이다. 모든 죄는 교만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주님께서 다른 모든 죄보다 교만함에 대해 속죄하시고, 특히 무엇보다도 모든 일에 있어 항상 겸손을 유지하시기를 원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성 피에르 쥘리앙 에이마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