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143

나눔의 신비

나눔의 신비 김재덕 신부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 로마 유학 중에 어떤 걸인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맨발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멈칫했지만 그냥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말씀이 마음속에서 툭 하고 생각났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 때문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 그 사람에게 주자, 그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 때문에 용기를 내어 제가 가진 것을 주게 되었는데, 그분을 통해 하느님..

영성 글방 2022.01.28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김효준 신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우연히 친구를 만났습니다. 간단한 안부와 근황을 주고받은 후에 헤어지며 말합니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우리는 언제쯤 만나 함께 밥을 먹게 될까요? 정말 우연히 그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아마 똑같은 말로 마지막 인사를 주고받게 될 것입니다. “다음엔 정말 꼭 밥 한번 먹자!” 그는 가난한 나에게 ‘머잖아’ 반가운 소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억울하게 갇혀 있는 나를 ‘곧’ 풀어줄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나를 ‘언젠가’ 고쳐줄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고통 속에 신음하는 나를 ‘조만간’ 도와주러 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약속들은 나를 외면하지 않으니 위로가 됩..

영성 글방 2022.01.24

사랑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할 시간이 필요하다 마르코 복음 3장 1-6절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 안식일은 사랑하는 날로 세워졌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신 예수님을 통해 고침받은 이의 마음속 불만과 억한 심정은 사라집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도 해소됩니다. 그러나 오그라든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그 공격성이 사회를 향해 폭발합니다. 하느님 중심으로, 타인 중심으로 살아가면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풍요로워집니다. 그래서 사랑하면 지치지 않습니다. 아이 많은 부모에게는 우울증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사랑을 쏟아부을 대상이 너무 많기에, 계속 사랑해주고 돌보아주어야 하기에 정작 자기 문제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쩌면 타인을 그리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을 비워놓을 ..

영성 글방 2022.01.21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운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해서 아버지의 말을 조용히 따랐던 소극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이 모습은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계속되었지요.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일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원하는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사실 그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전문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 말을 듣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할까요? 아마 중년 이상의 나이를 사는 분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삶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하실 것입니다. 이 얼마나 힘든데 좋은 직장을 버리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가느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 주변 사람들의 ..

영성 글방 2022.01.12

고독 속에서 돌 같은 마음이 살 같은 마음으로 변화됨

고독 속에서 돌 같은 마음이 살 같은 마음으로 변화됨 고독 속에서 돌 같은 마음이 살 같은 마음으로 변화됨 고독 속에서 돌 같이 딱딱한 우리 마음이 살 같은 마음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완고한 마음이 뉘우치는 마음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닫힌 마음이 열린 마음으로 변화되어, 고난당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려는 몸짓을 내보일 수도 있습니다. 고독 때문에 우리가 이웃에 대해서 죽게 되기에……. 왜냐하면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섬김을 베풀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에서 ♣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다른 사람을 섬기려면 그들에게 죽어야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죽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의미 있고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를 다..

영성 글방 2022.01.10

예수님은 나와 같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나와 같지 않습니다 김효준 신부 그분께서는 그들 곁을 지나가려고 하셨다. ​ 호수 위에서 제자들은 맞바람으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호수 위를 걸어 그들에게 가십니다. 그런데 이상한 구절이 나옵니다. “그분께서는 그들 곁을 지나가려고 하셨다.”(마르 6,48) 곤경에 처한 제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물 위를 걸어가셨던 예수님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그들을 지나가려고 하셨던 것일까요? 욥기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당신 혼자 하늘을 펼치시고 바다의 등을 밟으신 분… 그분께서 내 앞을 지나가셔도 나는 보지 못하고 지나치셔도 나는 그분을 알아채지 못하네.”(욥 9,8-11) 욥기의 이 구절은 하느님의 초월성과 불가해성, 즉 하느님은 인간과 같은 분이 아니시며 우..

영성 글방 2022.01.06

나를 찾아 내려오시다

나를 찾아 내려오시다 김현 신부 “당신 백성을 찾아와 속량하시고…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 성령으로 충만한 사제 즈카르야의 노래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먼저 백성의 속량을 위해 찾아오시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서 높은 곳에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별, 빛이신 주님을 찬미합니다. 이 찬미가는 “찾아 내려오시는 주님” 께 우리 마음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분이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약속을 잊지 않으시기 때문이고, 올바르게 하느님을 섬기는 삶으로 우리가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서 연약한 아기로 태어나십니다. 그 아기는 나를 찾아 천상에서 지상으로 아주 먼 여행을 떠나왔습니다. ‘저를 찾아오셨군요. 문전박대를 당할까 봐 걱정하셨..

영성 글방 2021.12.29

착한 종이 되기 위하여!

착한 종이 되기 위하여! 잘하였다, 착한 종아!’(루카19,17) ‘Well done, good servant!’ ‘好,善仆!’ 묵상 : 오늘 이 말씀은 온 세상 사람들이 주님 앞에서 듣고 싶은 말일 것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선물은 어쩌면 하나씩 주어진 ‘미나’일 수도 있습니다. 죽음 후의 우리의 삶은 자신이 살았던 ‘향기’만 남습니다. 성공하고 출세했다고 하지만 아무런 향기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아도 짙은 향기가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묵상하고 회개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 : 주님, 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 사라진 꽃 속의 생명의 씨앗이 되고 싶습니다. 아멘!

영성 글방 2021.11.20

결단을 요청하는 신앙

결단을 요청하는 신앙 돌아보면 우리의 인생 안에 아픔과 기쁨이 늘 함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생 그 자체가 고통이면서 동시에 축복입니다. 또한 우리의 인생 안에 언제나 슬픔과 기쁨, 고통과 행복이 동시에 교차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 안에도 축복과 고통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양면을 지니듯이, 우리의 신앙도 양면성을 띠고 있습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힘과 위로와 기쁨을 주지만, 동시에 신앙은 우리에게 욕심을 포기하고 희생의 길을 걷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앙은 기쁨이며 동시에 어떤 결단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신앙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신앙의 기쁨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슬픔이 기쁨에게 말을 건네듯이, 신앙의..

영성 글방 2021.07.29

결단을 요청하는 신앙

결단을 요청하는 신앙 돌아보면 우리의 인생 안에 아픔과 기쁨이 늘 함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생 그 자체가 고통이면서 동시에 축복입니다. 또한 우리의 인생 안에 언제나 슬픔과 기쁨, 고통과 행복이 동시에 교차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 안에도 축복과 고통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양면을 지니듯이, 우리의 신앙도 양면성을 띠고 있습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힘과 위로와 기쁨을 주지만, 동시에 신앙은 우리에게 욕심을 포기하고 희생의 길을 걷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앙은 기쁨이며 동시에 어떤 결단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신앙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신앙의 기쁨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슬픔이 기쁨에게 말을 건네듯이, 신앙의..

영성 글방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