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수성구 2022. 1. 24. 01:18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김효준 신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우연히 친구를 만났습니다. 간단한 안부와 근황을 주고받은 후에 헤어지며 말합니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우리는 언제쯤 만나 함께 밥을 먹게 될까요?

정말 우연히 그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아마 똑같은 말로 마지막 인사를 주고받게 될 것입니다.

 “다음엔 정말 꼭 밥 한번 먹자!” 그는 가난한 나에게 ‘머잖아’ 반가운 소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억울하게 갇혀 있는 나를 ‘곧’ 풀어줄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나를 ‘언젠가’ 고쳐줄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고통 속에 신음하는 나를 ‘조만간’ 도와주러 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약속들은 나를 외면하지 않으니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그 약속들은 항상 불투명하고 불분명한 미래를 향해 있기에 서운하고 아쉽습니다.

지금 당장 만나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사랑입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사랑은 뒤로 미루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음에’ ‘머잖아’ ‘곧’ ‘언젠가’ ‘조만간’ 이란 말들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늘’ 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약속은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사랑은 뒤로 미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뒤로 미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나는 그분께 ‘오늘’ 이라고 약속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