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1973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장석주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구나 그대와 나 돌아 갈 길 가늠하지 않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리고 말았구나 구두는 낡고, 차는 끊겨버렸다 그대 옷자락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데 나는 무책임하게 바라본다, 그대 눈동자만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길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를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들 이제 와서 어쩌랴 우리 인생은 너무 무겁지 않았던가 그 무거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고단하게 날개를 퍼덕였던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길 위에서

길 위에서 길 위에서 (이해인 수녀)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 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한다. Billie Eilish - Your Power

가는길이 어찌 하나뿐이랴

가는길이 어찌 하나뿐이랴 가는길이 어찌 하나뿐이랴 울지마라 세상 모두 끝난 것처럼 무섭다고 눈 감지마라 살면서 한번이나 그냥 되는 일 보았느냐? 그 만큼의 시간이 흐른고, 그 만큼의 아픔과 슬픔이 지나고 난 뒤에야 그 길을 더듬어 오지 않았느냐? 괜찮을거라 믿은 건 아닌가?화내지 마라 세상 모두 등진 것처럼 못났다고 욕하지 마라 행여 그리 안하면 바보라도 되는 양 세상이 미쳐 날뛰기에 그저 못 이기는 척 나는 잘 안 보이고 넘어 갈테지 조금은 잘못해도 네 갈라진 목소리 터질것처럼 소리에 놀라 오그라드는 건 불안한 네 영혼뿐이라네 급하게 뛰는 심장과 맥박으로 진땀 빼봐야 너만 서럽고 슬퍼질 뿐이다 바둥대지 마라 어차피 네맘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다 천만다행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하나가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

작두가 사랑이다?

작두가 사랑이다? 작두가 사랑이다? (박선정 헬레나 인문학당 달리 소장) 작두가 어떻게 사랑인지 얘기해줄게. 잘 들어봐 작두는 농촌 최고의 일꾼이던 소의 여물을 썰기 위한 도구였다. 몸값도 몸값이지만 소 없이는 일을 못하던 시절이라. 어른들은 자식보다 소를 더 챙겼다. 소는 배 둘레 크기만큼이나 많이 먹는다. 그러다 보니 소의 먹이를 구하고 저장하는 일이 농부의 또 다른 주요 업무였다. 가을에 수확한 볏단은 물론이고. 여름철 들판의 푸성귀를 보이는 족족 베다 말려서 겨울을 준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의 필수품이 작두다. 저녁 해 질 무렵이면 집마다 작두 누르는 소리가 담을 넘었다. 철커덕 턱. 철커덕 턱. 작두 일은 보통 작두에 풀을 앗아주는 사람과 그것을 눌러 자르는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일했다. 그 ..

행복한 원망

행복한 원망 행복한 원망 살다보면, 가끔..."너 때문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너 때문이다! 어떤 원망이 묻어있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조심조심 생의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어느 한 순간, "너"가 보입니다. "첨벙!" 캄캄한 하늘에 빠집니다. 앞을 헤아릴 수 없는 안개 같은 늪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마음의 헛디딤, 그건 너 때문이 아닌, 나 때문인데.. 아니, "너"가 있음으로 인한, 나의 아름다운 헛디딤, "너"..라는 존재가...... 사람이 되었든, 일이 되었든, 물질이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너" 때문에..내 삶이 아프고 외롭고 힘들지만, "너" 때문에..내 삶이 기쁨과 소망이 되기도 하고, "너" 때문에..내 삶이 온유와 인내와 절제를 얻는데, "너 때문에...내 삶이 유익하고, 보..

바보이야기

❤️바보이야기❤️ 어느 마을에 바보 소리를 듣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바보라고 불리는 아이를 놀리기 위해서 50원짜리 동전과 100원짜리 동전을 놓고서 마음대로 집어 가라고 하면 이 아이는 항상 50원짜리 동전만을 집어 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동네 아이들은 어떤 동전이 더 좋은 것인 줄도 모른다면서 이 아이를 놀려 댔지요. 이런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동네의 어떤 어른이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얘야! 50원짜리보다 100원짜리가 더 큰 돈이란다. 100원짜리로 더 좋은 것을 살 수가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100원짜리 동전을 집으렴.” 이 말에 아이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아~~~저도 알죠 하지만 제가 100원짜리를 집으면 동네 아이들이 다시는 그런 장난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저는 ..

성인

성인 성인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우리 교회에서는 성인 신심이 아주 중요한 신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세례명을 자신이 좋아하고 따르고 싶은 성인들의 이름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인들을 따르는 삶을 살려고 성인전을 읽으면서 생기는 심리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일명 `성인 콤플렉스` 성인처럼 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종교적 열등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심지어 성인들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기조차 하는 경우들도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왜 그런가? 성인전에서 성인들은 완전한 사람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은 인격적으로 완전한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성인들도 한 가지 이상의 심리적 문제를 가졌던 분들입니다. 주님께서 손수 뽑으신 12사도만 봐도 알 수 있..

돈 어디에 많이 쓰니?

돈 어디에 많이 쓰니? 8월 첫째주 연중 제19주일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루카 12.32-48) 돈 어디에 많이 쓰니? (이재정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주임) 신학생 때 일이다. 수업 중에 교수 신부께서. 너희는 개학해서 학교로 돌아올 때 부모님께 용돈 받아서 오지. 그 용돈을 어디에 제일 많이 쓰니? 그 당시 부모님으로부터 한 학기 용돈으로 30만원 정도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러면 제일 먼저 주일 헌금을 따로 뻬놓는다. 그 다음 교재도 사고. 외출 때 친구들과 맥주도 마시고. 매점에서 간식도 사 먹고. 필요한 것도 사곤 했다. 내가 가장 많이 돈을 쓰는 데는 어디일까? 신학생 때는 주일 외출 때마다 친구들과 신학교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가장 많은 돈을 쓴 것 같다. 우리..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타인으로 다가오지만 그를 친구가 되게 하느냐, 아니면 타인으로 남게 하는가는 나에게 주어진 몫이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그를 만나며 그가 타인에서 벗어나 내 눈에 익으면서 그리고 가슴으로 다가오면서 그와 서서히 친해져 가는 것이겠지요.... 한 두번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친구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고야 말겠죠. 친구는 오래된 포도주처럼 시간이 흐르고 흘러야 제 맛이 나는 법이듯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도 갑작스레 만든 포도주가 아니라, 오래된 향과 맛을 간직한 그런 멋스러움이 배어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될수록 맛과 향을 내는 포도주처럼 그런 모습으로 너와..

마음은 쉽게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마음은 쉽게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 마음은 쉽게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몸은 세월의 무게를 따라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러 천천히 자라기도 하고.. 성장이 멈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천명의 몸에.. 청년의 열정이 깃들기도 하고.. 환갑이 지난 몸에.. 소녀의 감성이 살아있기도 하지요.. 겉으로 더러나는 몸과 달리.. 속을 알 수 없는 마음은.. 그 사람의 생각과 자세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나이를 살아갑니다.. 앞서 살기도 하고.. 뒤늦게 느끼기도 하는.. 마음의 나이야 말로.. 그 사람의 진정한 나이가 아닐까요.. 모두들 동안의 얼굴에 집착하고.. 아름다운 육체만을 탐하는 시대에.. 건강한 영혼에 깃드는 평화와.. 향기로운 마음의 나이를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마음은 몇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