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성경 공부 과제물로 제출한 글에 좁은 문, 좁은 길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문이 넓다 해도 수많은 사람이 그 문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고, 반면 길이 좁다 해도 그 길로 가는 사람이 없다면 길은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참으로 지혜로운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좋은 예가 오늘 독서에 나옵니다. 아브라함과 롯의 관계에서 아브라함이 한 일은 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이서 땅을 나누어 가져야 할 때, 상대편에게 좋은 몫을 고르라고 선택권을 선뜻 내어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거나, 여럿이 음식을 먹거나, 호텔이나 피정의 집 같은 곳에서 방을 배정하다 보면 쉽게 드러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채소를 살 때도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것을 먼저 선택하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서 세상에는 경쟁이 치열한가요? 그러나 아브라함은 롯에게 좋은 몫을 양보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가는 길에는 경쟁이 없었고 그의 문은 넓었습니다. 탐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멸망으로 이르는 문은……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뒤좇으면서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이 길이 올바른 길인지 짚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생명으로 이르는 길은 비록 작은 길이지만 비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율법서와 예언서의 정신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해 주셨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어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크고 거창한 일을 하라고 요구하셨다면 쉽게 순명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일을 요청하셨기 때문에 이것을 무시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만이 큰일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이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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