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조명연 마태오 신부 / 2022년 9월 12일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수성구 2022. 9. 12. 04:02

조명연 마태오 신부 / 2022년 9월 12일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부자 부모가 없어서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또 직장이 없어서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살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없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계속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반면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고 말하고,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직장이 있다고 말하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돈도 있다면서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있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계속 있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합니다.

‘없음’만을 강조하는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투덜대며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멈추지 않는 사람 곁에 그 누가 그 옆자리에 있고자 할까요?

그러나 ‘있음’을 강조하는 사람들 곁에는 사람이 참 많이 있습니다.

감사하면서 사는 긍정적인 말과 행동에 사람들도 함께하고 싶은 것입니다.

‘있음’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는 주님을 향한 우리의 시선도 그렇습니다.

주님께 대한 불평불만으로 ‘없음’을 보는 삶이 아닌,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감사할 수 있는

‘있음’을 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 ‘있음’ 안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복음에 백인대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유다인 원로들에게도 인정받는 사람일 정도로 올바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로들이 직접 와서 백인대장의 노예를 낫게 해달라고 청했고, 예수님도 흔쾌히 허락하셔서 그들과 함께 갑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집으로 오신다는 전갈을 들은 백인대장은 몹시 당황합니다.

첫째, 자기가 유다인들과 교제한 체험으로 유다인이 이교도의 집에 들어가면 부정을 타기 때문에

정결 예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불편하시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둘째, 자기는 하느님의 백성 축에도 끼지 못하는 죄인 이교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 앞에 죄인인 자신이 어떻게 설 수 있을까를 염려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로 충분히 나을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 미사 때마다 바치는 신앙고백을 이렇게 말하지요.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루카 7,7)

그의 믿음이 사랑하는 노예의 치유라는 ‘있음’을 가져왔습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인 ‘없음’만을 바라보았다면,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백인대장과 같은 ‘있음’을 바라보는 굳은 믿음의 삶이 필요합니다.

분명히 그 ‘있음’ 안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걸 생각해 내는 게 아니다. 이전에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존 케인즈).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