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연 마태오 신부 / 2022년 9월 10일 한가위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불교 경전에 나오는 안수정동이란 우화가 있습니다.
어떤 남자가 달려드는 코끼리를 피해 도망치던 중에 우물을 만났습니다.
등나무 줄기를 붙잡고 우물 아래에 내려가자 바닥에 뱀들이 가득한 것이 아닙니까?
머리 위를 올려보니 설상가상으로 흰 쥐와 검은 쥐가 나무줄기를 갉아 먹는 중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갈등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떨어졌습니다.
손가락을 찍어 맛을 보니 달콤한 꿀입니다.
이 남자는 죽을 위기에 처한 것도 잊고 정신없이 꿀만 받아먹었습니다.
이 남자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상태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냥 꿀만 받아먹다가 의지하고 있던 나무줄기가 끊어져 우물 바닥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살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줄을 타고 올라가 코끼리와 싸우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꿀만 받아먹을 사람은 없겠지요.
그런데 이 우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빗대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결국 죽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겠습니까?
달콤한 꿀과 같은 이 세상의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다가 죽겠습니까?
아니면 나의 의지와 능력을 키워나가면서 위험이 있어도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겠습니까?
주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이 기껏 돈 벌라는 것일까요?
기껏 세상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라는 것일까요? 분명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후,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활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한가위 미사를 봉헌합니다. 우리의 옛 조상님들은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그 절정에 자리한 팔월 한가위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잘되었든 못되었든 간에,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은 조상님 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미사를 봉헌하면서 사랑을 쏟아부어 주시는 하느님께, 그리고 지금 여기 있게끔 해주신 조상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우리도 언젠가는 갈 수밖에 없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지금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묵상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고 하십니다.
즉, 순간의 만족만을 가져다주는 것에 온 힘을 쏟는 삶이 아닌, 영원한 만족을 가져다주는 것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보시기에도 ‘참 좋은’ 모습의 삶을 통해, 하느님 나라에 떳떳하게 들어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쁘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상상하고, 상상하는 것을 추구하며, 추구하는 것을 창조한다(조지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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