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수성구 2021. 1. 14. 03:26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마르코 복음 1장 29-39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누구에게나 떠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소임지를 떠나는 발걸음이 대개 그랬습니다.

물론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사람이 떠나고 남음이 큰 일은 되지 않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본당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파로이키아parochia는 나그네를 의미합니다.

그분을 떠나 세상에 나와 다시 그분께로 가기 위해 나그넷길을 걷는

우리들의 신원을 드러내줍니다.

오직 하나 주님의 명에 의해 버리고 없어지고 사라져야 하는 우리 삶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약한 우리네 인생에는 머물고자 하는 때와 사람, 그리고 공간이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나를 지켜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것이 집착이요 멍에가 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뜨겁게 입 맞추고, 사랑하며 치유하셨던 거기에 머물지 않으십니다.

당신을 불러주신 아버지의 뜻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십니다.

나그네처럼 머리 둘 곳조차 없으신 분은 그래서 하느님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으셨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으셨습니다.

우리들의 삶을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라고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그러셨지요.

나그넷길 같은 삶의 여정이지만 그분의 사랑때문에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래서 그분께로 더 깊고 온전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 자유롭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김인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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