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전삼용 신부님

나도 그분을 알지 못하였다|………◎

수성구 2018. 1. 2. 05:33

나도 그분을 알지 못하였다|………◎ 전삼용♡신부

           



나도 그분을 알지 못하였다


주님 공현 전 화요일

얼마 전 ‘도가니’란 영화가 화제가 되어 저도 뒤늦게 본 적이 있습니다. 공지영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서 가난과 장애를 지닌 소외된 이들이 돈과 권력으로 무장한 높으신 분들에 의해 얼마나 인권이 유린되는가를 잘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2000년에서 2004년까지 7세에서 22세 8명 이상의 학생이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 폭력 사실을 제보한 보육사는 결국 해임을 당했고, 성폭력을 저질렀던 선생들은 실형을 면하고 다시 복직되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6년 만에 묻혀있던 사건이 재해석 되었고 결국 그 청각 장애인 학교는 폐쇄되고 맙니다.

영화에서 보육사는 아이들 편에 서야 하는지, 아니면 돈과 미래가 보장되는 학교 편에 서야 하는지 갈등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약자의 편을 택합니다. 죽은 아이의 영정 사진을 들고 물대포를 맞고 군화 발에 밟히는 쪽을 택합니다.

학교 편에 섰던 사람들은 아이들을 가해했던 교장을 비롯한 선생들과, 변호사, 판사이고, 심지어는 검사까지도 세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들에게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니던 교회 또한 자신들의 신도를 지지하고 나섭니다.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했던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외칩니다. “아니, 내가 예수님 섬기는 사람인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있어요? 나 예수님 모시는 사람이야.”

더 웃기는 것은 이 영화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게 되자, 어떤 당의 인권위원회는 지나치게 국민을 격앙시킨 공지영 작가를 조사하라고 경찰에 촉구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본 것은 이 영화 안에서도 이 영화 밖에서도, 두 파가 너무 극명하게 나눠진다는 것입니다. 한 쪽은 소외된 계층과 그들을 위하여 권력과 돈에 투쟁하는 사람들이고, 한 계층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들입니다. 바다에 나가려면 육지에서 발을 떼야 하고, 또 육지로 돌아오려면 배에서 발을 떼야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한은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죄를 짓는 자는 모두 그분을 뵙지도 못하고 또 알지도 못한 자라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분 안에는 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그 분 안에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양심에 어긋나는 죄를 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한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육지와 바다를 왔다 갔다 하는 한 쪽에 확실히 발을 붙이지 못한 신앙인들입니다.

도가니에서 평소에는 예수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들의 편이신 줄 믿고 있고 또 재판에서 승리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하겠지만, 그들은 실제로 단 한 번도 예수님 안으로 들어와 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 안에는 죄가 없고 예수님을 아는 사람은 죄를 짓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의미 있는 말을 합니다. 그가 지금 예수님을 증언하고는 있지만 그 이전에 자기도 “그분을 알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물로 세례를 주라고 보내신 분이 그분을 알려 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분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그 분을 알았다는 표는 사람들 앞에서 그분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증거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표증은 ‘죄를 짓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도가니에 나온 사람들도 겉으로는 그리스도를 증거한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어느 편엔가는 서야 할 결정을 해야 합니다. 죄를 지으며 세상에 남을 것인가, 죄를 짓지 않고 그 분 안에 들어올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 결정을 하면 하느님께서 손수 도와주십니다.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죄를 끊어 버려야합니다. 왜냐하면 그 분 안에는 죄가 없고, 그분을 알았다는 증거는 죄를 짓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2012)

- 전삼용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