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새벽을 열며

2016년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수성구 2016. 12. 31. 06:27

2016년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새벽을 열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제1독서 1요한 2,18-21

18 자녀 여러분, 지금이 마지막 때입니다. ‘그리스도의 적’이 온다고 여러분이 들은 그대로, 지금 많은 ‘그리스도의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 마지막 때임을 압니다. 19 그들은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갔지만 우리에게 속한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속하였다면 우리와 함께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들이 아무도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 여러분은 거룩하신 분에게서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21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진리를 알기 때문입니다. 또 진리에서는 어떠한 거짓말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복음 요한 1,1-18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15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16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18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몇 해 전 연말이었습니다. 은행에 급한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깜짝 놀랐지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입니다. 급하게 번호표를 뽑았는데 대기자가 무려 58명입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다녀오면 그 사이에 제 차례가 지나갈 것 같아서 차마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지요. 마침 빈 자리가 생겨서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심하고 무료해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이것저것을 보았습니다. 한참 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지만, 제 차례가 돌아오려면 아직도 먼 것 같습니다. 이제 불평불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창구에 오래 있는 거야?’, ‘직원들이 일처리를 좀 빨리 하지.’, ‘아니, 저 직원은 왜 또 자리를 비우는 거야?’ 등등…….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간직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묵주를 꺼내들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마음이 평온해지고, 제 차례가 오지 않는 것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묵주기도를 바칠 시간이 주어졌음에 오히려 감사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급하게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다리는 것을 커다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여유 있는 삶을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2016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에 선 오늘,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반성합니다. 솔직히 너무 급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침묵 속에서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그리 많이 만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복음은 그분께서 이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맞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대신 세상의 일을 하는데 급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을 제일 윗자리에 놓아두고 주님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믿기 위해서는 단순히 “믿습니다.”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주님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 이름을 믿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통해서 당신께서 만든 세상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분명히 알게 됩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빛과 소금이 되는 존재, 주님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2016년도 이제 저물어 갑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지요.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2017년이라는 새해를 또 선물로 주십니다. 새롭게 맞이하는 2017년에는 주님 안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그래서 주님의 참된 자녀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커넬 할랜드 샌더스).


일산 호수공원의 야경입니다.


마지막 1년(강수정, ‘좋은생각’ 중에서)

‘샤넌’이 세상을 떠났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 전화로 추모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바람에 새벽부터 잠을 깬 나는 한동안 멍했다.

에메랄드색의 영롱한 눈동자를 가진 스물두 살 영국 처녀, 산소 호흡기를 차고도 끊임없이 웃던 명랑 소녀 샤넌은 심장과 폐 이식 수술을 거절하면서 유명해졌다.

다른 환자들이 오매불망하는 적절한 기증자와 최고 의료진의 무료 수술을 거부한 것이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1년을 독립적으로 보내겠다는 야무진 선언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샤넌은 세상을 떠나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었다. 그리고 담담히 그 일을 하나씩 지워 나갔다. 남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소원이었다. 헬리콥터를 타 보고, 펭귄을 쓰다듬고, 친구들과 온천 여행도 다녀왔다.

사연이 알려지자 평소 열렬히 좋아했던 가수가 그녀를 콘서트에 초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샤넌은 뜻하지 않게 티브이와 신문 등 각종 매체에 이름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유명세 덕에 샤넌은 간절한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본인이 앓던 희소병 ‘낭성 섬유종’을 세상에 알리고 기부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그녀의 가슴속엔 같은 병을 앓는 친구들을 돕겠다는 꿈이 있었다.

영국 전역에서 샤넌의 꿈에 힘을 보태려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연락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대신해 자선 마라톤에 출전하고 작은 행사를 펼쳤다.

그렇게 샤넌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마지막 시간을 충만하게 보냈고,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한 해를 장식했다.

문득 내 인생 마지막 1년을 상상해 본다.

‘샤넌처럼 오직 나에게만 충실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부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2016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내 인생 마지막 1년을 상상해 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을 보면 내 인생의 마지막 1년도 예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망친 삶이라고 생각됩니까? 그렇다면 다가오는 2017년의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