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새벽을 열며

2016년 12월 29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수성구 2016. 12. 29. 06:20

2016년 12월 29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새벽을 열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6년 12월 29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제1독서 1요한 2,3-11

사랑하는 여러분, 3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4 “나는 그분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5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6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7 사랑하는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이 아니라, 여러분이 처음부터 지녀 온 옛 계명입니다. 이 옛 계명은 여러분이 들은 그 말씀입니다. 8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도, 또 여러분에게도 참된 사실입니다. 어둠이 지나가고 이미 참빛이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9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10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11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복음 루카 2,22-35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남편이 직장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도 아니었는데 직장 상사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는 없고 집안이 아주 엉망진창인 것입니다. 잠시 뒤, 아파트 문이 열리고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아내에게 남편은 뭐라고 말했을까요? 과연 좋은 말이 입에서 나왔을까요?

당연히 아니지요. “남편은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데 당신은 남편 밥도 챙겨주지 않고 도대체 뭐하는 거야? 그리고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집이 편안히 쉬는 공간이 되어야지. 이게 집이야? 쓰레기통이야?”라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잔소리를 쏘아붙입니다.

며칠 뒤, 남편은 직장에서 아주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일을 열심히 한다는 칭찬을 받았고, 동시에 연봉이 20% 인상되었다는 희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직장이 끝나자마자 일찍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역시 아내가 없고 집안이 엉망진창입니다. 잠시 뒤에 아파트 문이 열리고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요? 지난번처럼 아내에게 잔소리를 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 바쁜 일이 있었나봐. 밥하기 힘들 테니까 우리 외식하자.”라고 말을 했답니다.

똑같이 아내가 없었고, 또 집안도 엉망진창이었는데 왜 남편의 모습이 다를까요? 남편이 일관성 없는 성격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내 마음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어떠한 상황이든 좋은 일,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면, 내 마음이 변화되어 내 이웃에게도 좋은 모습, 긍정적인 모습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알아 뵈었던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공생활 때에 그토록 놀라운 말씀과 행적을 행하셔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는데, 말도 못하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기를 보고서 어떻게 구세주로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오랫동안 오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시메온처럼 주님을 세상에 증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마음이 주님을 알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또 반대로 전혀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탄 축제를 기념하는 오늘 우리들의 마음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좋은 마음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역시 시메온처럼 주님을 세상에 증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감추지 마라. 재능은 쓰라고 주어진 것이다. 그늘 속의 해시계가 무슨 소용이랴(벤자민 프랭클린).


램브란트의 시메온의 예언.


무엇이 중요한가?

예전에 어떤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를 자전거를 하루 만에 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체력이 좋으시네요. 그런데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무엇을 보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글쎄요. 하루 동안 자전거 일주를 해야 한다는 목표만을 생각하다보니 정작 무엇을 봤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기는 했지만, 이분의 자전거 일주는 하나의 노동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전거 일주의 진정한 맛은 급하게 한 바퀴 도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면서 보게 되는 멋진 경관이고 자전거를 타면서 갖게 되는 나만의 생각이 아닐까요? 만약 제주도 한 바퀴 도는 것이 목표라면, 그냥 빨리 이룰 수 있는 차를 타고서 한 바퀴 도는 편이 더 나은 것이니까요.

빨리 목표에 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전거 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