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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2022. 9. 20.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그분으로 인해 아

수성구 2022. 9. 20. 05:42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2022. 9. 20.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그분으로 인해 아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2022년 9월 20일 화요일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그분으로 인해 아무것도 바랄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맞아 봉독되는 성경 말씀들은

우리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을 명확히 대변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민족들을 통치하고 백성들을 지배할 것이며, 주님께서는 그들을 영원히 다스리실 것이다.”(지혜서 3장 1절, 4절, 8절)

 

 

그렇습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던 우리 순교자들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더없이 가련하게 비춰졌겠습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의 눈은 이 세상 너머의 또 다른 세상, 영원불멸의 세상,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고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니 순교자들을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더 가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땅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이 세상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그저 삼시 세끼 잘 먹고 잘 지내는 삶만 추구했으니, 그 삶이 참으로 안타까운 삶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상에서의 복락은 찰나이지만 천상에서의 복락은 영원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우리의 순교자들은 이 지상에서부터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전히 체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을 제대로 만나고 나니 그토록 좋아 보이던 세상 것들이 모두 빛을 잃었습니다.

그 깊고 달콤한 사랑을 맛보고 난 다음부터는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초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만난 이후 더 이상 환난이 환난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역경이든 박해이든 기쁘게 견뎌낼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굶주리든 헐벗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칼이나 갖은 위험 앞에서도 초연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 그분 때문이었습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복음 9장 24절)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분, 생사마저 주관하시는 분,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심을 알게 된

우리 순교자들은 더 이상 이 지상의 것들, 돈과 명예, 그리고 목숨까지도 연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 순교자 대축일에 우리도 순교자들처럼 주님을 제대로 한번 만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분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 얼마나 감미로운 분인지, 얼마나 놀라운 분인지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분으로 인해 아무것도 바랄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는, 그래서 그분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도 아깝지 않은 그런 인생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