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조명연 마태오 신부 / 2022년 9월 7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수성구 2022. 9. 7. 05:17

조명연 마태오 신부 / 2022년 9월 7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어렸을 때,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하늘 높이 날던 제비가 땅에 가깝게 비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곧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 제비가 날씨를 예측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재주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곤

충 때문이지요.

제비는 곤충을 잡아 먹기 위해 날아다니는데, 비가 오기 전에 습도가 높아지면 곤충의 날개도 습기 때문에 무거워져

높이 나는 것이 아니라 낮게 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곤충을 잡으려는 제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곤충이 많은 땅에 가깝게 비행해야 할까요?

아니면 곤충이 전혀 없는 하늘 높이 날아야 할까요?

비가 오기 전, 습한 날에 땅 가깝게 비행하는 이유는 이렇게 ‘곤충’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단지 곤충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제비가 날씨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고 착각할 뿐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능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는 종종 사람의 능력에 대해 과대평가합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은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지 않았다면 그런 능력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자기의 힘만으로 얻었다는 착각 속에, 언제나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행복과 불행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4가지 행복은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사람, 우는 사람, 박해받는 사람입니다.

뒤이어 오는 불행은 4가지 행복을 뒤집은 것으로, 부유한 사람, 배부른 사람, 웃는 사람, 칭찬받는 사람입니다.

이를 듣고 어떻게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사람, 우는 사람, 박해받는 사람이 행복할까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주님을 따르기 위하여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사람 그리고 박해받는 사람이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세상 것보다 주님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가난할 수 있고, 굶주릴 수 있고, 울 수 있으며, 세상의 반대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자기 능력과 재주보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덕분에 이루어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주님께서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기준과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주님의 기준과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따르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노자).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