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간 월요일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오늘의 묵상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치유 사건은 보통 치유를
청하는 이들의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신앙인들이 지녀야 할 믿음의 본보기로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악령 들린 아이의 아버지는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라며
다소 애매하게 도움을 청합니다.
앞서 제자들이 악령을 쫓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요?
예수님에 대한 기대감이 처음보다 줄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이 아버지의 그런 태도를
따끔하게 질책하시고 믿음을 독려하십니다.
그렇게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역설적이면서도
간절함이 묻어나는 고백을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믿음과 불신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개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신앙인의 마음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고백의 이면에 예수님께
전적인 신뢰를 드리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부족한 믿음’ 또는 ‘약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더 굳건한 믿음으로 변화시키려는 열망을 가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아이 아버지는 자신의 약한 믿음 때문에
청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 도와 달라고 애원합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아이 아버지의 애원은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의 본보기가 됩니다.
부족한 믿음을 굳건하게 해 주십사 겸손하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신앙인이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그러한 겸손한 청에서 비롯됩니다.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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