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전삼용 신부님

기적을 불러오는 순수한 믿음|………◎

수성구 2017. 12. 22. 01:21

기적을 불러오는 순수한 믿음|………◎ 전삼용♡신부

       



기적을 불러오는 순수한 믿음


복음: 루카 1,46-56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기적’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작은 시골마을, 세 식구가 사는 오두막에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다섯 살 막내가 앓아누운 지 여러 달째. 아이는 변변한 치료 한번 받아 보지 못한 채 시들어갔습니다.

“으... 응... 아파.....”

엄마는 아무런 도리가 없어 앓는 아이의 머리만 쓸어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기적만이 동생을 살릴 수 있다는 엄마의 간절한 기도를 듣게 됐습니다.

“기적이라도 있었으면... 제발.”

문틈으로 들여다보던 소년은 궁금했습니다.

“기적? 기적이 뭐지?”

다음 날 아침 소년은 엄마 몰래 돼지 저금통을 털었습니다.

“천 원, 이천 원, 오천 원.”

돼지가 토해낸 돈은 모두 7천 6백원. 소년은 그 돈을 들고 십 리 길을 달려 읍내 약국으로 갔습니다.

“헉헉헉....”

“아이구 애야, 숨넘어갈라. 그래 무슨 약을 줄까?”

숨이 차서 말도 못하고 가쁜 숨만 헥헥 몰아쉬는 소년에게 약사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저.. 저기... 도, 동생이 아픈데 기적이 있어야 낫는데요.”

“기적? 아니, 기적이라니?”

“여기서는 기적 안 팔아요?”

“이를 어쩌나. 여기선 기적을 팔지 않는단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옆의 신사가 물었습니다.

“꼬마야, 네 동생한테 어떤 기적이 필요하지?”

“어, 나도 몰라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은 없고 기적이 있으면 살릴 수 있대요. 그래서 기적을 사야 하는데.....”

“하하. 저런, 돈은 얼마나 있지?”

“이... 이... 이만큼요.”

아이는 양손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려 보였습니다.

신사는 7천6백 원으로 기적을 사겠다는 소년을 앞세우고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동생을 진찰한 뒤 병원으로 옮겨 직접 수술까지 해 주었습니다. 약사의 동생인 그는 큰 병원의 유명한 외과 의사였던 것입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소년의 엄마가 수술비용을 물었을 때 그 의사가 말했습니다.

“수술비용은 7천 6백 원입니다.”

동생을 살리고 싶다는 소년의 사랑이 단돈 7천6백 원으로 꿈같은 기적을 산 것입니다.

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기적을 선물로 준 의사처럼, 하느님께서도 우리 믿음을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드리는 정성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에는 어처구니없이 부족하여도 우리 정성을 보시고 감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은총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한나의 자신의 간절한 기도로 탄생한 사무엘이 예언자 엘리를 통해 하느님께 봉헌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나는 엘리가 술에 취해 중얼거리는 것으로 알았을 정도로 믿음을 지니고 하느님께 자녀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은 한나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장차 사무엘이란 이름을 지니게 될 아기를 주셨습니다. 한나는 아기를 주신 분이 하느님이시기에 아기를 다시 성전에 봉헌하게 됩니다.

우리는 성탄을 향하고 있는 모든 독서가 메시아의 탄생이 예고된 부분들만 제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무엘의 탄생 또한 메시아 탄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나는 성모 마리아입니다. 성모님 또한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메시아가 오기를 청하였습니다. 그 간절함을 보시고 하느님의 마음이 성모님께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기 위해 성모님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메시아를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물론 성모님은 겸손하시어 당신을 통해 메시아가 탄생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지라도 그분의 믿고 바라는 순결한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였음에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예언되어 있던 때보다 7년 정도 앞서서 예수님이 탄생하셨는지도 모릅니다(보통은 예수님 탄생을 기원전 7년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기원전 7년에 호구조사가 시작되었고 기원전 4년에 헤로데가 죽었기 때문. 기원전 7년에 태어나 이집트로 피신 가 있다가 4년이 지나서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

성모님께서 실제로 기적을 일으키셨다는 말은 성경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께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첫 기적을 하시게 했습니다. 당연히 해 줄 것으로 믿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인들에게 명령하는 성모님의 순수한 믿음을 그리스도께서는 실망시키실 수 없으셨던 것입니다. 하느님을 그 믿음에 합당하게 은총은 내려주십니다. 성모님의 이 큰 믿음이 메시아가 세상에 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이 믿음에 찬 눈망울을 지니고 하느님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 전삼용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