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새벽을 열며

2017년 1월 28일 설

수성구 2017. 1. 28. 07:54

2017년 1월 28일 설|새벽을 열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7년 1월 28일 설

제1독서 민수 6,22-27

22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23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24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25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26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27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제2독서 야고 4,13-15

사랑하는 여러분, 13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14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15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복음 루카 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잘 아실 것입니다. 소를 돌보던 목동 견우와 하늘에서 베를 짜던 옥황상제의 딸 직녀는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사랑에만 빠져서 견우는 동물들을 돌보지 않아 점점 동물들이 말라갔고, 직녀는 옷감을 짜지 않아서 하늘 나라에 옷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이 사실에 화가 난 옥황상제는 이 둘을 갈라놓고 일 년에 딱 한 번, 칠월 칠석에만 만나게 했습니다. 마침내 칠월 칠석이 왔는데 글쎄 은하수 때문에 서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정을 딱하게 여긴 까마귀와 까치들이 몸을 이어 오작교를 만들어주었고, 오작교에서 만난 이 부부가 흘린 감격의 눈물이 바로 칠월 칠석에 내리는 비라는 전설입니다.

이 전설이 오늘 문득 생각나는 이유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떠올려졌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견우와 직녀를 연결해 준 오작교. 이 오작교가 바로 주님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죄로 물들어 있는 인간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십자가를 통해 오작교가 되어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먼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칠월 칠석이 되었는데 그 날을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작교는 쓸데없이 만들어진 것이고,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주님께서 만들어주신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과 기쁨의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만날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큰 후회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설날입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들은 새로운 결심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결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이제는 하느님을 만날 그 날을 위해서 깨어 있는 종이 되겠다는 결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우리들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모범을 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새해 첫 날,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였던 죠지 버나드 쇼는 그의 묘비에 이런 말을 남겼지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보통의 사람과 달랐던 많은 업적을 남긴 버나드 쇼도 후회가 가득 담긴 말을 남겼습니다. 물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란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많은 후회 중에서 딱 하나만이라도 줄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그 마음이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준비를 하며 사는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생명력은 살아남는 능력뿐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능력에서도 드러난다(F.S.피츠제럴드).


견우와 직녀.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새해가 되십시오.

한 아가씨가 처음으로 강아지 털을 깎아주러 개 미장원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강아지 털을 깎는 가격이 자그마치 5만원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머리 커트 하는데 2~3만원인데, 사람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머리 하는 것보다도 훨씬 비싸네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미장원 원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는 것입니다.

“조금 비싸죠? 그런데 손님은 머리 깎는 중에 미용사를 물어뜯지는 않잖아요.”

나름 이유가 있었네요.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떤 곳이든 다 이유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유는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할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래서 이 세상에 미움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가 봅니다.

올 새해에는 남의 말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또한 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큰 사람이 되면 이 세상이 더욱 더 함께 살기에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