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조욱현 토마스 신부 / 2022. 9. 15.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

수성구 2022. 9. 15. 05:01

조욱현 토마스 신부 / 2022. 9. 15.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복음: 요한 19,25-27: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

 

어제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다. 교회는 그다음 날인 오늘을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기념한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 날에 지내는 이유는 마리아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음을,

 즉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깊이 참여하였음을 드러낸다. 

이 축일이 오늘로 확정되기 전에는 성지주일 전 금요일에 행해지기도 하였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있어서 협력자의 역할을 다하신 분이시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출산에서부터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 달리신 그 순간까지 어머니로서의 고통을 감수하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다. 

우리가 작은 마리아가 될 때, 또 다른 구원의 협력자로서 하느님 앞에 서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마리아는 자신의 삶을 항상 그 영혼을 찌를 것이라는(루카 2,35) 시메온 예언의 예리한 칼의 전망 속에서 살았다. 

이 칼이 바로 그의 십자가이다. 

이는 이미 파스카 축제 후에 성전에 남아있던 예수를 잃어버리므로 시작되었다(루카 2,41-52). 

 

마리아의 생애에서 절정의 그리고 더욱 고통스러운 순간은 십자가의 발 앞에 있으면서 예수의 외침을 들을 때였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마르 15,34). 

가장 큰 잃어버림의 순간이다. 

십자가 밑의 마리아의 고통은 아들의 고통과 일치한다. 

아들의 외침은 당신이 전적으로 하느님과 인류 사이의 일치를 재건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치신 사랑의 표현이며

아버지께 대한 영원한 응답이다.

 

마리아의 침묵 외침은 당신 아들의 버림에 대한 피조물의 메아리이다. 

이 순간에 그녀의 참 정체성이 실현되었다. 당신 아들의 동반자가 되도록 영원으로부터 선택되셨고, 

이제 마리아의 처신이 무엇인지 깊은 곳까지 계시가 되었다. 

마리아는 아버지로부터 당신의 아들에게 주어진, 아들이 자신의 버림받음으로 실현할 구원된 새로운 인류와

피조물의 가시적 표징으로 예수 앞에 있다.

 

그러나 예수는 이 승리에서 또한 자신을 떼어놓으신다. 

그분은 마리아를 더는 어머니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또 마리아는 가장 위대한 보물, 그녀 안에서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첫 번 잉태의 결실인 아들에게서 떨어져야 한다.

 

 지상에서의 예수의 마지막 행위는 실제로 마리아의 모성을 다른 아들, 인류를 대표하는 요한에게로 옮기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6-27). 

요한복음이 가리키듯이 마리아에게는 요한과 함께 십자가의 발 앞에 있음으로써 두 번째 잉태가 실현된다. 

그녀의 고통 안에서 십자가를 통하여 쇄신되고 예수가 된 모든 사람의 어머니가 되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마리아는 이제 당신의 아들을 잃어야 하는 아픔까지 겪으신다. 

아들이 죽는 것보다도 이제 다른 아들을 가지시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 잉태이다. 

그로써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이며,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신다. 

 

마리아는 이제 예수님의 어머니로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의 어머니가 되심을 암시한다. 

이것은 혈연관계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관계에서 형성되는 관계이다.

 즉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라는 말씀의 확인이다. 

 

자기 집에라는 표현은 단순히 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모든 소유를 말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든 삶을 함께했다는 의미이다. 

모셨다라는 표현은 제자가 마리아에게 모든 것을 개방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마리아와 제자 사이에 새롭게 맺은 가족관계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오늘 이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이 더욱 마리아의 삶을 본받고, 이 어머니의 고통을 우리도 함께하면서 

하느님 아버지께 참된 제물을 바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