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수성구 2022. 5. 31. 01:57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복음: 루카 1,39-56: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오늘 축일은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주님의 잉태 소식을 들은 마리아가 예루살렘 남쪽 유다 지방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엘리사벳은 노년에 이르도록 자식이 없었다. 그런데 그 나이에도 아이를 가진지가 여섯 달이나 되었다는 말씀을 천사에게서 듣고 “길을 떠나, 서둘러”(39절) 엘리사벳의 집으로 바삐 가시는 모습이다. 친척 엘리사벳의 임신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39절) 가는 모습을 우리는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이 세상에 낳아주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에서 비롯되었다고 많은 영성가는 말하고 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잉태 소식을 듣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마리아는 거기에 그냥 머물지 않고 이웃에게로 향했다는 그 사실이, 그것도 걸음을 서둘러 이웃에게로 향했다는 사실이 마리아를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게 했다는 것이다.

 

마리아의 이 모습은 바로 우리 신앙인들에게 큰 모범을 주신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고, 복음을 받아들이면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는 이렇게 신앙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오늘 마리아를 통하여 배워야 하며,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즉 신앙을 갖고 사는 우리는 이제 마리아와 같이 즉시 이웃에게로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이때 우리도 마리아와 같이 사랑이신 하느님을 이웃에게 낳아주는 또 하나의 마리아가 되는 것이다. 즉 태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완숙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조건에서 성장해야 한다. 여기서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 속에 살아있어야 한다. 즉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은 자신의 태도가 사랑(1요한 4,7), 즉 형제들을 향한 사랑으로(참조: 3,1) 특징지어져야 하며, 자신의 인격을 걸고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자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삶이 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1,45) 복되신 마리아는 주님을 찬미하는 마리아의 노래를 부른다. 우리 역시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을 때,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통하여 언제나 감사드릴 수 있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56절) 마리아의 봉사는 바로 세례자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의 봉사였다. 엘리사벳의 산후조리까지 도와주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참으로 위대한 사람은 사랑을 많이 가진 자일 것이다. 참으로 높은 사람은 자신을 작게 보고 모든 귀한 영예를 허무와 같은 것으로 보는 자일 것이다. 마리아의 방문이 이 같은 느낌이 들게 해 준다. 만왕의 왕이신 분을 가지신 분이 엘리사벳을 찾아가 봉사하다니! 놀라운 겸손과 사랑의 신비를 보는 것 같다. 마리아를 닮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