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제7주간 목요일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수성구 2022. 2. 24. 05:06

연중 제7주간 목요일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오늘의 묵상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이 섬뜩한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적잖이 당황하곤 합니다.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솔직히 나약한 인간이 죄짓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텐데,

그럴 때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주요 신체 부분들을

정말로 하나둘 잘라 버리라는 말씀이신지 묻게 됩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실제로 그렇게 하라는 의도로 하신 말씀은 아닙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죄짓지 않아야 함’)를 과장되게

표현해서 듣는 이들에게 강렬한 효과를 주는

수사학적 방법을 택하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과 발을 잘라 버려라.’, ‘눈을 빼 던져 버려라.’와 같은

다소 충격적인 표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죄와 관련한 우리의 내적 성찰을 더 강화해서 죄짓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신체의 주요 부분 가운데 특히 손과 발,

그리고 눈이 언급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인간의 온갖 행위를 돕는 ‘손’은 악행을 저지를 때에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분입니다.

인간의 공간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발’은 우리를 악행의

현장으로 이끄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시각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눈’은 악행을

저지르고자 하는 다양한 유혹이 들어오는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선을 위하여 쓰도록

이 모두를 손수 우리에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손과 발, 그리고 눈은 지금 자기 역할에 충실합니까?

아니면 악행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까?

주님 보시기에 선하고 좋은 역할만 하는 아름다운 손과 발,

그리고 사랑스러운 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정천 사도 요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