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제5주간 토요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수성구 2022. 2. 12. 05:07

연중 제5주간 토요일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연중 제5주간 토요일

복음: 마르 8,1-10: 사천 명을 먹이시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2절) 광야에서 허기지셨던 주님께서 지금은 생명의 빵으로 인간을 먹이신다. 군중들은 사흘째 주님을 따라 다니고 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길에서 쓰러질까 염려하셔서 굶겨 보내시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제자들도 난감하였다. 그리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많은 군중을 먹이려 하니 빵을 한 덩어리씩 나누어준다고 하더라도 돈이나 그 부피가 만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4절). “더구나 저들 가운데에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3절)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자들은 난감해하는 것이다. 아직은 주님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도 인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에 그 문제를 빨리 잊어버리고 외면하고 싶은 그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상의를 하고 계시며 희생을 요구하신다.

 

그 요구는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빵이 얼마나 되는지 내어놓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일곱 개 있습니다.”(5절) 대답하면서 그것을 예수님 앞에 내어놓았다. 빵 일곱 개는 그 많은 군중 앞에 아무것도 아닌 양이었다. 그러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 빵을 주님 앞에 내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 빵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마음이 없어서 내어놓지 못했다면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은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으며 제자들이 군중들에게 나누어주게 하셨다. 제자들의 나눔과 주님의 축복이 그 큰 기적을 이룰 수 있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 때, 주님의 축복도 함께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나누지 못할 때 절대로 기적은 일어날 수 없다.

 

상하 성당에서 이 기적을 자주 체험할 수 있었다. 처음에 부임하여 음향을 고치면서 신자들이 주님 앞에 봉헌할 수 있었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그때까지의 성당과 강당의 음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신자들 모두가 만족하는 음향이 된 것과, 엘이디 전구로 성당 건물 전체를 교환하여 전례의 공간으로 변화될 수 있어서 성당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었다. 라자로 마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원회원들의 일곱 개의 빵이 라자로 마을을 위해 기적을 일으키고, “그대 있음에” 음악회의 빵 일곱 개가 해외의 한센인들에게 기적을 보여주고 있음을 체험하였다. 라자로 마을의 가족들까지도 이 일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였다.

 

많이 가졌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빵 일곱 개밖에 되지 않는 적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나누려고 내어놓을 수 있어서 이러한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느님께서는 당신 혼자 일하시기보다 우리의 협조를 원하신다. 우리가 가진 것을 가지고 하느님의 뜻에 어떻게 협조하는가에 따라 하느님께서는 보다 큰일을 우리에게 이루어주신다는 사실을 믿음 안에서 체험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