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금요일 (세계 병자의 날)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연중 제5주간 금요일
복음: 마르 7,31-37: 열려라-에파타
예수님은 다시 갈릴래아로 가시자마자 귀먹은 반벙어리를 만나신다. 여기서 예수님은 아주 친절하시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신다. 즉 그 귀먹은 반벙어리를 따로 불러 친절하게 손가락을 귀에 넣으시고 그의 혀를 만지셨다. 그리고 그 불구를 완치시켜주는 은혜가 어디서 오는지를 알려주시기 위하여 하늘을 우러러보시고 “에파타!” 곧 “열려라!”(34절) 하신 것이다. 그는 혀가 풀리고 귀의 닫힌 문이 열렸다.
몸을 설계하시고 육신을 지으신 분께서 몸소 그에게 다가가시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닫힌 귀를 아무런 고통 없이 열어 주셨다. 한마디 말도 내뱉을 수 없이 굳게 닫혀 있던 입이 말을 하게 해 주신 분을 찬양하기 시작한다. 아담이 배우지 않고도 곧바로 말을 하게 해 주셨던 그분은(참조: 창세 1,27-28; 2,20), 힘들게 배워야만 하는 말을 귀먹은 이가 쉽게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성령은 “하느님의 손가락”(루카 11,20)이라고 하셨다. 주님께서는 당신 손가락을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귀에 넣으시어, 성령의 은사를 통하여 그 사람의 마음을 믿음을 향해 열어 주셨다. 그분이 귀를 만지신 것은 그의 귀가 막혔기 때문이고, 입을 만지신 것은 그가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파타!”, 즉 “열려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의 입과 귀도 열어 주시기를 청하자.
주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을 듣게 해 주셨다. 이런 일은 그 누구도 일찍이 본 적이 없었으나, 주님께서는 이 일을 통하여 진리를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을 듣고 이해하게 되리라고 선포하신 것이다. 거룩한 복음을 듣지 않고 행할 바를 실천하지 않는 자들이 바로 말 못 하는 청각장애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능력은 말 못 하는 사람을 제 혀로 다시 말할 수 있게 해 주셨다.
비록 한 가지 단순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 능력 안에는 미래의 일을 드러내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예전에는 천상의 것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지식과 지혜의 진리를 깨달아 하느님에 관하여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37절) 하고 감탄하였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인간의 질병을 치유해 주시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해 주셨다. 예수님의 행적을 보고 백성들이 감탄했듯이 오늘의 우리도 다른 이들이 우리의 믿음의 행실을 보고 “참으로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우리와 같이 신앙을 갖기를 원하게끔 우리의 행위를 예수님의 모습을 닮을 수 있도록 고쳐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단번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조금씩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할 때 그분의 속삭임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살려고 노력할 때, 묶여있던 혀가 풀려 올바로 주님을 찬미하고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나에게 돌아오는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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