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몫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42)
루카 복음 10장 42절은
마리아로 하여금
자신을 도와주도록 말해 달라는
마르타의 요청이 거부되고, 오히려
마르타가 마리아의 태도를 따라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시다.
'선택하였다'로 번역된 '엑셀렉사토'
(ekselleksato)는 '그녀 스스로 선택했다',
'그녀 자신을 위하여 선택했다'
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마리아는
'좋은 몫'을 그녀의 영적 유익을 위해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미가 이 단어 가운데 내포되어 있다.
또한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로
번역된 '우크 아파이레테세타이'
(uk aphairethesetai)는
부정어 '우크'(not)와 '제거하다',
'가져가 버리다'의 뜻을 지닌 '아파이레오'
(aphaireo)의 미래 직설법 수동태가
나란히 쓰인 형태이다.
여기서 부정어와 더불어 쓰인 수동태는
마리아의 선택이
마르타의 항의조가 담긴 요청이나
예수님 자신의 권고로 인해 빼앗기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말하자면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영적 유익을 위해 스스로 좋은 몫을
택해 집중하고 있는 자의 유익을
외부의 어떤 것이 박탈하도록 허락하지
않으시겠다는 것이다.
마리아의 말씀 경청은
마르타의 음식 준비보다 더 차원 높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방해받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루카 복음이 이 말씀 다음에 11장에
기도에 관한 가르침이 나와서
말씀을 듣는 기도와 관상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도 하지만,
지금 예수님께서는 인류 구원사업이라는
성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러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는 길이라는 걸 감안할 때,
그 시점에서 주님 말씀을 듣고
경청하며 동참하는 것은 마르타의
음식 장만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매 순간 선택해야 할
가장 좋은 몫은
주님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럴 때 주님께서는
그것을 존중해 주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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