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자료글

신발과 지팡이

수성구 2021. 7. 12. 03:52

신발과 지팡이

김정일 신부

 

열두 사도를 파견하는 내용의 오늘 마르코 복음은 마태오의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르코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낼 때 최소한 ‘신발’ 과 ‘지팡이’ 만큼은 허락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마태오는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마태 10,10)고 하면서 조금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는 성서학적으로 마르코가 팔레스티나의 지방색을 더 많이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팔레스티나의 지형상 돌 많은 땅을 걷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신발이었고, 몸을 보호하는 데 지팡이는 꼭 필요한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록의 차이에 근거하여, 과연 제자들은 길을 떠날 때 ‘신발’ 과 ‘지팡이’ 를 지닐 수 있었는가 따져보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일까요?

중요한 것은 ‘사도적 단순성의 정신’ 입니다.

휴대 가능한 여벌 옷의 기준이 상의인지 하의인지, 신발의 규격이 샌들이어야 하는지 아닌지, 지팡이의 길이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를 두고 싸우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당시 열두 제자들은 얼마나 종말론적 구원을 잘 선포하면서 군중들이 회개하도록 요청할 수 있었는가.

그러기 위해 자신들은 얼마나 복음적 가난과 사도적 단순성을 지니고 살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팔레스티나의 지형이나 기후가 현재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다면 샌들이 구두가 되고, 지팡이는 스틱이어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정신’ 입니다.

단순한 생활과 검소한 삶을 추구하는 복음적 가난. 현재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은 지팡이와 신발이 아니라 바로 잊혀져가는 ‘복음정신’ 입니다.

 

*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니고 길을 떠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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