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영
김정일 신부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은 내가 알지도 못하고 의식하지도 못한 것들로서, 인간의 ‘인식’ 에 관련된 표현입니다.
즉 내가 인식하고 이해할 겨를조차 없이 발설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내용을 어떻게 ‘나도 모르게’ 발설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여기서 인간은 반드시 자신이 아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말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식론적 존재인 동시에 초월적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지식의 앎’ 을 초월하는 ‘지혜의 영’ 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어느 순간 ‘깨우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식’ 은 알지 못하면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혜’ 는 깨우치면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영’과 관련이 있습니다.
진리의 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깨닫게 해줍니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그러므로 인간은 내가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며 우리는 모두 지혜의 영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뱀처럼 슬기로운’ 사람은 ‘지혜의 영’ 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 예수님은 지혜로우시며 지혜 자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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