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새벽을 열며

2017년 10월 2일 수호천사 기념일

수성구 2017. 10. 2. 07:26

2017년 10월 2일 수호천사 기념일|새벽을 열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7년 10월 2일 수호천사 기념일

제1독서 탈출 23,20-23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0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21 너희는 그 앞에서 조심하고 그의 말을 들어라. 그가 너희 죄를 용서하지 않으리니, 그를 거역하지 마라.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 22 너희가 그의 말을 잘 들어 내가 일러 준 것을 모두 실행하면, 나는 너희 원수들을 나의 원수로 삼고, 너희의 적들을 나의 적으로 삼겠다. 23 나의 천사가 앞장서서 너희를 아모리족, 히타이트족, 프리즈족, 가나안족, 히위족,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그들을 멸종시키겠다.”


복음 마태 18,1-5.10

1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2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3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4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5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10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학용품의 수명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보통 새 학기가 되면 학용품을 새롭게 구비하는 경우가 많지요. 학용품의 수명이 대체로 길지 않기 때문에 새 학기를 맞이해서 필요한 학용품을 구입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자그마치 3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학용품이 하나 있습니다. 일명 ‘호치케스’라고 부르는 스테이플러(stapler)입니다. 신학교 들어갈 때, 옷에는 빨래번호를 달고 그리고 저의 물건에는 이름을 견출지(책이나 서류 따위에서 분류를 목적으로 붙이는 작은 종이)에 써서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스테이플러인 것입니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물건입니다. 남들에게는 아주 평범한 물건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바로 저와 맺은 관계 때문입니다. 이 관계는 좋은 기억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신학교에서 있었던 좋은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고,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다시 생각납니다. 그래서 평범한 물건이지만 저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제게 아주 특별한 스테이플러가 된 것이지요.

저와 스테이플러의 관계를 보면서, 나의 이웃들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만남에 그칠 수도 있지만, 관계를 맺어서 특별한 만남이 되고 내게 있어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반대로 그 이웃에게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원수처럼 미워하는 것 역시 특별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별하지만 피하고 싶은 관계일 것입니다. 반대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면 어떨까요? 만남을 멈추기 싫은 소중하고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천사 한 분을 정해 주시어 그를 지키고 도와주신다고 하지요. 이렇게 도와주는 분이 바로 수호천사라고 교회는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특별한 관계를 맺어서 우리들이 주님의 뜻에 맞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관계는 어느 한 쪽만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각자 역시 다른 이의 수호천사가 되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 서로가 서로에게 수호천사로 살아간다면 바로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관계를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나의 수호천사만 찾는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그보다 나는 누구의 수호천사가 될 것인지를 먼저 찾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 때 기쁨은 찾아온다(샤를로테 케이슬).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30년 가까이 된 스테이플러.


11살 브렌든의 마지막 소원

예전에 인터넷에서 감동적인 사연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백혈병으로 2주 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은 11살짜리 어린 소년 ‘브렌든’입니다. 이 판정을 받은 뒤, 엄마는 아이에게 “남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소원을 말해보렴.”라고 물었습니다. 바로 그때 브렌든의 눈에 노숙자들의 캠프가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소원을 말합니다.

“저 사람들 모두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 마지막 소원이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것입니다. 이 사연을 본 한 대형마트에서는 식재료를 무료로 보내주었고, 이웃 주민들은 하던 일을 미루고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부금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작은 천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브렌든의 샌드위치는 순식간에 미국의 노숙자들에게 퍼지기 시작했고 2주 동안 3천 500여명의 노숙자들이 브렌든의 샌드위치를 받았습니다.

브렌든이 임종하기 직전에 수많은 노숙자들이 샌드위치를 받았다고 알려주자 너무나도 행복해하며 말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저는 이제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엄마의 품속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꿈을 잃지는 마세요. 제 소원도 결국 이루어졌잖아요.”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런데도 브렌든은 누군가의 수호천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바람은 실제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누군가의 수호천사가 되기를 자청하고 계십니까? 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보세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수호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천사가 된 백혈병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