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새벽을 열며

2017년 1월 22일 연중 제3주일|

수성구 2017. 1. 22. 06:33

2017년 1월 22일 연중 제3주일|새벽을 열며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7년 1월 22일 연중 제3주일

제1독서 이사 8,23ㄷ─9,3

23 옛날에는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이 천대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바다로 가는 길과 요르단 건너편과 이민족들의 지역이 영화롭게 되리이다.
9,1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2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 수확할 때 기뻐하듯, 전리품을 나눌 때 즐거워하듯.
3 정녕 당신께서는 그들이 짊어진 멍에와, 어깨에 멘 장대와, 부역 감독관의 몽둥이를, 미디안을 치신 그날처럼 부수십니다.


제2독서 1코린 1,10-13.17

10 형제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모두 합심하여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
11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 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클로에 집안 사람들이 나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12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저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나는 케파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 하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13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 바오로가 여러분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기라도 하였습니까? 아니면 여러분이 바오로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까?
17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말재주로 하라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복음 마태 4,12-23

12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갈릴래아로 물러가셨다. 13 그리고 나자렛을 떠나 즈불룬과 납탈리 지방 호숫가에 있는 카파르나움으로 가시어 자리를 잡으셨다.
14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15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16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17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기 시작하셨다.
< 18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호수에 어망을 던지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20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21 거기에서 더 가시다가 예수님께서 다른 두 형제, 곧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그물을 손질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부르셨다. 22 그들은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23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가 좋다는 결과 종종 발표되곤 합니다. 실제로 영국의 철학교수인 리처드 린(Richard Lynn)은 자신의 논문에서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글쎄 우리나라가 세계 2위를 차지했더군요. 그만큼 우수한 민족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뜨거운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이 더해져서 세계에서 뛰어난 민족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나라를 보면서 머리 좋은 것이 그리고 많은 교육을 받은 것이 자랑할 만큼 중요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매우 시끄럽습니다. 몇 사람에 의해서 국정농단(‘국가의 정치를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의 의미)이 일어났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권력자들의 모습이 있었다고 합니다(물론 아직 재판 중이라서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분명히 큰 잘못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몇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정말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고, 능력과 재주도 많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지도자의 위치에서 더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커다란 혼란만을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것을 알고 전문지식을 통해 뛰어남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격적인 면에서 지저분한 밑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를 요즘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바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때 옳지 못한 일을 하라고 배우지 않았습니다. 남을 누르고 내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사기를 쳐도 괜찮다고 배우지도 않았습니다. 그 반대로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길에 대해 배웠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는 것’은 좋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지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철저한 분리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십니다.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배우지 않았을까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은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잘 알고 있었고, 또한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해 아는 것을 몸으로 행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라고 말씀하셨던 것이지요.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이 회개는 아는 것을 행동할 때 진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주님의 이 말씀은 과거에 일회적으로 선포된 말씀이 아닙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아는 것을 행동하지 못하는 우리들을 향해서, 특히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계속해서 합리화시키면서 주님과 멀어지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필요한 말씀이 아닐까요?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다시 돌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때 가까이 다가온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은 깨끗한 엔진과 같이 언제나 힘을 낳는다(노먼 빈센트 필).


어제는 제 어머니 생신이셨습니다.


흐름에 몸을 맡겨라

몇 년 전 본당신부로 있을 때 본당교우들과 강원도로 캠프를 갔다가 래프팅을 했던 적이 떠올려 집니다. 전날 비가 왔었기 때문에 계곡의 물이 많았고 또 물살도 엄청나게 빨랐지요. 그래서 중간에 배가 한 번 뒤집혀졌습니다. 저는 수영을 해서 그 빠른 물길을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물살이 너무 빨라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도는 것입니다. 점점 힘이 빠졌습니다. 그 순간에 안전요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신부님, 그냥 편하게 누우세요,”

수영할 힘도 없어서 그냥 물살의 흐름에 제 몸을 맡겼습니다. 그러자 힘들이지 않고 저절로 아래로 내려가더군요. 그리고 물살이 흐름이 느린 잔잔한 곳에 이르렀을 때 편하게 수영을 해서 뭍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빠른 물살과 같은 고통과 시련에 대해서도 이렇게 그냥 몸을 맡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 어느 순간 해결되거나 그냥 지나가곤 하지요. 이 모습을 봤을 때, 믿고 내 몸을 내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우리를 만드시고 이끌어주시는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굳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을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끌어주십니다.


래프팅을 끝내고 찍은 사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