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행복 가득한곳

우리를 키운 가난|▒

수성구 2016. 10. 30. 03:49

우리를 키운 가난|▒매일을 새롭게▒

       


우리를 키운 가난

 

 

집 앞 화단에 분꽃이 있었다.

까만 씨앗을 벗겨내면 나오는 하얀 알맹이를 돌로 빻아 분가루로 만들어 볼에 하얗게 칠하고,

호박꽃 수술을 따다 손톱에 칠하며 소꿉놀이를 했다.

플라스틱 종지 몇 개가 전부였지만, 풀을 뜯어 붉은 벽돌을 빻아 만든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김치와 모래로 밥을 해서

친구들과 냠냠 먹으면 신기하게도 정말 배가 부른 것 같았다.

더운 날은 그늘을 찾아 소꿉을 펼쳤고 손가락이 곱아질 때면 따뜻한 햇살아래 자리를 폈다.

매일 매일 같은 놀이를 반복해도 즐거웠던 소꿉놀이.

조금 부족하고, 조금 모자라고, 조금 아쉽고....

돌아보니, 어린 시절 우린 그랬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물건도 꼭 필요한 만큼 가졌다.

방이 부족해 한 방에서 식구가 부대끼며 함께 잠을 잤다.

 

하지만 지나온 날들을 바라보니 지금은 가난이라고 생각되는 그것들이

그 시절 우리를 키웠다.

 

 

강진이/너에게 행복을 줄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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