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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행복을 향한 관문

수성구 2015. 11. 3. 04:23

영원한 행복을 향한 관문

 


영원한 행복을 향한 관문

마태 복음 11장 25-30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안식을 얻을 것이다.”


       

       독일 쾰른 대교구에 파견을 받아 그곳의 작은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일할 때
      동네 한가운데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자주 산책을 갔습니다.
      공원처럼 예쁘게 꾸며진 묘지를 걸으면서 묘비에 적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읽거나,
      가족들 묘에 꽃을 심거나 촛불을 새것으로 바꿔주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조용히 지켜보면,
      일상에 지친 제 마음에 평화가 전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현상이 아니라 구원을 향한 하나의 관문이라는 느낌은
      주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켜 일상의 걱정들을 잠재워 주곤 하였습니다.
      평생 고생하며 살았지만 이제 주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 저 망자들처럼
      나 역시 수고하며 산 만큼 때가 되면 주님 품 안에 안길 수 있겠지 생각하면 마음에 평화가 깃들곤 하였습니다.
      그 반대로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동네에 납골당이 들어서는 것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던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도 있습니다.
      두려움은 적대감을 낳아서 납골당이 들어설 예정이던 성당에 들어가는 모든 이에게 욕설을 퍼붓고
      날계란을 던지기도 하던 그들의 얼굴에선 마음의 평화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안에 불신을 심어주고 마음을 불안케 합니다.
      오늘 돌아가신 모든 분을 위해 촛불 하나 봉헌해야겠습니다.
      주님의 면전에서 모두 뵐 수 있기를 희망해 보면서 말이죠.

      이종경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