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복음

2015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수성구 2015. 7. 14. 06:59

 

2015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제1독서 탈출 2,1-15ㄴ

그 무렵 1 레위 집안의 어떤 남자가 레위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2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기가 잘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겨 길렀다.
3 그러나 더 숨겨 둘 수가 없게 되자, 왕골 상자를 가져다 역청과 송진을 바르고, 그 안에 아기를 뉘어 강가 갈대 사이에 놓아두었다. 4 그리고 아기의 누이가 멀찍이 서서 아기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5 마침 파라오의 딸이 목욕하러 강으로 내려왔다. 시녀들은 강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공주가 갈대 사이에 있는 상자를 보고, 여종 하나를 보내어 그것을 가져오게 하였다. 6 그것을 열어 보니 아기가 울고 있었다. 공주는 그 아기를 불쌍히 여기며, “이 아기는 히브리인들의 아이 가운데 하나로구나.” 하였다.
7 그러자 아기의 누이가 나서서 파라오의 딸에게 말하였다. “제가 가서, 공주님 대신 아기에게 젖을 먹일 히브리인 유모를 하나 불러다 드릴까요?” 8 파라오의 딸이 “그래, 가거라.” 하자, 그 처녀가 가서 아기의 어머니를 불러왔다.
9 파라오의 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아기를 데려다 나 대신 젖을 먹여 주게. 내가 직접 그대에게 삯을 주겠네.”
그리하여 그 여인은 아기를 데려다 젖을 먹였다. 10 아이가 자라자 그 여인은 아이를 파라오의 딸에게 데려갔다. 공주는 그 아이를 아들로 삼고,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 하면서 그 이름을 모세라 하였다.
11 모세가 자란 뒤 어느 날, 그는 자기 동포들이 있는 데로 나갔다가, 그들이 강제 노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그는 이집트 사람 하나가 자기 동포 히브리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고, 12 이리저리 살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 이집트인을 때려죽이고서 모래 속에 묻어 감추었다.
13 그가 이튿날 다시 나가서 보니, 히브리 사람 둘이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잘못한 사람에게 “당신은 왜 동족을 때리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그자는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판관으로 세우기라도 했소? 당신은 이집트인을 죽였듯이 나도 죽일 작정이오?” 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모세는 “이 일이 정말 탄로 나고야 말았구나.” 하면서 두려워하였다.
15 파라오는 그 일을 전해 듣고 모세를 죽이려 하였다. 그래서 모세는 파라오를 피하여 도망쳐서, 미디안 땅에 자리 잡기로 하였다.


복음 마태 11,20-24

20 그때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22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23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24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음식에 대해 가려 먹는 사람을 편식한다고 이야기하지요. 물론 선천적으로 맞지 않는 음식이 있어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먹게 되면 영양소 섭취에 불균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특히 몸에 좋지 않은 것들만을 좋아한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으로만 식사를 한다면 분명히 몸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를 직접 몸으로 체험했었지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강화도의 갑곶성지 개발을 위해서 발령받아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음식을 해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먹었던 것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었고, 이것도 귀찮으면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 공기 좋다는 강화도에서 또한 매일 땅을 밟으면서 일하는데도 아토피가 생겨서 고생을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영양소 섭취의 불균형이 몸에 이상을 가져왔던 것이지요. 그때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데 노력을 합니다. 또한 외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해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음식 만드는 것도 많이 늘었지요).

이렇게 내 몸이 편한 것만을 또한 입에 단 것만을 구하다보면 몸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음식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때로는 내 몸이 힘들고 또한 귀찮을 수도 있지만, 정말로 내 영혼의 양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을 극복해서 행동해야 합니다.

바로 주님의 말씀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사랑의 말씀을 실천함으로 인해 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데, 내가 괜히 손해 보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지 않고 산다면 어떨까요? 순간에는 편하고 약간의 이익도 갖는 것 같지만, 내 영혼에는 결코 좋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으시지요. 표징을 그토록 많이 보여주었지만 주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내세우는데 최선을 다하면서 주님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 당장 벌이 내려졌을까요?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유한한 이 세상에서의 심판이 아닌, 무한한 주님 나라에서의 심판을 이야기하십니다.

무한한 주님의 나라에서 과연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순간의 편함과 이익을 따르기보다는 영원한 기쁨과 행복을 따를 수 있는 참으로 지혜로운 우리들이 되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랑이 세상을 오래도록 향기로운 꽃다발로 만든다(류노스케 사토로).


강화의 바닷가입니다.


지우개

유명한 과학저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Douglas Rushkoff)는 “지난 2천 년 동안,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아주 독특한 대답을 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바로 ‘지우개’였지요. 그리고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우개는 인간의 실수를 수정하고 지워준다. 그리고 지우개는 아픔을 지워지고, 용서해준다. 수정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저도 이 대답에 크게 공감합니다. 신학교 다닐 때 수동 타자기를 이용했었는데, 어느 날 어떤 신학생이 전동 타자기를 하나 구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동 타자기의 놀라운 점은 수정테이프가 있어서 오탈자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다들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오탈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 굳이 애를 쓸 필요도 없었고, 보다 더 깔끔한 문서를 만들 수가 있었으니까요.

지울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까 싶네요. 틀린 것을 고쳐주고, 보다 더 깔끔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 삶 안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만큼 힘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우개로 지우듯이 잊어버릴 수 있기에 우리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내 삶 안에서 지울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지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욱 더 힘차게 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강화의 바닷가 두 번째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