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선행의 등불은 등경 위에 얹어 놓아라

수성구 2022. 9. 19. 06:16

선행의 등불은 등경 위에 얹어 놓아라

 

잠언 3,27-34; 루카 8,16-18 /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2022.9.19.; 이기우 신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루카 8,16)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독서에서는 유다교 후기의 가르침으로서 이스라엘의 현인들이 깨우친 지혜를 헬레니즘 문화 속에서 디아스포라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자 “내 아들아, 네가 할 수만 있다면, 도와야 할 이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마라.”(잠언 3,27-34) 하는 잠언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두 말씀을 하나로 모으면, 하느님의 선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닮아야 하는 그분의 모상이며, 따라서 살아있는 동안 선행을 행함으로써 하느님의 선을 보지 못해서 어둠 속에 사는 이들에게 그분 선하심의 빛을 보게 해야 합니다. 다만 이 점에 있어서도 구약과 신약 사이에 결이 다른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잠언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선행을 거절하지 말라고 권고하는데 세상에서 착한 사람들에게 흔히 통용되는 가치관입니다. 그러나 루카 복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즉, 선행을 행하는 이는 그로 인한 축복을 받아서 선행을 할 기회를 더 받을 것이지만, 선행을 아끼거나 미루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축복마저 빼앗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보통의 착함을 넘어서 야무지게 착하려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가치관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기준으로 해서 하느님의 선하심을 알아보자면, 선이라는 가치는 의로움과 거룩함의 덕행으로 나타납니다. 그분은 하느님께 대적하려는 세상의 악함에 대해서는 의로움으로써 맞서셨고, 하느님을 갈망하지만 아직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하는 보통의 착한 이들에게는 거룩함의 표양을 보여주심으로써 그 착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의덕과 성덕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선하심을 닮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오롯이 섬길 수 있으며 또 마땅히 섬겨야 함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렇게 의덕과 성덕이야말로 선행의 실질적인 모습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예수님께서는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하느님의 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마르지 않는 샘처럼 용기와 지혜와 기운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물이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8-38).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생수의 강물’이란 당신을 믿는 이들이 받게 될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요한 7,39). 

 

  예수님께서는 선하심에 있어서 하느님을 가장 빼닮으신 분이시며, 그래서 하느님께로부터 사랑을 받으시는 아드님으로 불리십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보내주시는 성령께서는 믿는 이들로 하여금 그분처럼 의로움과 거룩함의 덕행으로써 하느님의 선하심을 닮아가도록 이끌어주십니다. 그래서 생명의 물과 같이 믿는 이들에게,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요한 7,37) 하고 초대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흡족해질 것”(마태 5,6)이라고 말씀하셨고, 이 의로움에로 초대하신 말씀에 더하여 그분의 사도들도 이렇게 거룩함에로 초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합니다”(에페 4,24).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1베드 1,15-16). 또 “하느님의 뜻은 바로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1테살 4,3).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선함의 가치를 드러내라고 제자들을 가르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물'에 비기기도 하셨습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메시아로 오신 그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오신다는 소식을 듣게 된 즈카르야는 그분의 길을 닦을 예언자 즉 나중에 세례자로 불리우게 될 요한이 자신의 아들로 태어나리라는 전갈을 듣고 성덕과 의덕을 함께 칭송하며 이로써 믿는 이들이 그분을 섬기리라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즈카르야의 찬미가, 루카 1,75). 즈카르야는 이 의덕과 성덕이야말로 메시아를 기다려 온 아나빔들의 필수 덕목임을 고백한 것인데, 사실 예수님께서는 이 의덕과 성덕의 우물이십니다.

 

  그러니 교우 여러분! 성덕과 의덕으로 하느님의 선하심을 드러내는 일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등불을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고 등경 위에 놓아서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이듯이, 우리의 선행을 의로움으로나 거룩함으로나 떳떳하게 드러내어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게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선행을 하는 만큼 그 축복과 또 다른 선행의 기회를 더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인생은 의로움으로 성장하고 거룩함으로 성숙해져서 하느님의 빛을 반사하여 세상에 비추는 거울이 되어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