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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옷핀처럼 친구야

수성구 2022. 9. 4. 04:10

우리도 옷핀처럼 친구야

우리도 옷핀처럼 친구야

(여형구 님의 전시를 축하하며 이해인 수녀)

 

 

여행길에 오를 적마다

나는 가방에도

옷의 안쪽 주머니에도

옷핀 몇 개를 준비해 두곤 해

 

 

일상의 길 위에서

크고 작은 옷핀처럼

다목적으로 두루 쓸 수 있는

옷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문득 생각한 적이 있어

 

 

속옷에 고무줄을 넣을 때

치마가 길어서 줄여야 할 때

손톱에 가시가 끼었을 때도

옷핀이 곁에 있으면

쓸모가 많아서 좋아

 

 

가만히 기다리다가

내가 부르기만 하면

오래된 친구처럼

정겹게 자신을 내어주는

친구 같은 옷핀들

 

 

우리도 옷핀처럼 다목적으로

든든하고 쓸모 있는

우정을 바느질 하자. 친구야

사랑과 치유의 도구로

옷핀을 애용하며

옷핀 같은 영성을

오늘도 함께 가꾸어가자

기쁘게 성실하게

그리고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