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연중 제22주일] 초대받은 사람들, 초대해야 할 사람들

수성구 2022. 8. 28. 04:08

[연중 제22주일] 초대받은 사람들, 초대해야 할 사람들

초대받은 사람들, 초대해야 할 사람들

 

 

집회 3,17-18.20.28-29; 히브 12,18-19.22-24ㄱ; 루카 14,1.7-14

연중 제22주일; 2022.8.28.; 이기우 신부

 

1. 초대받은 사람들

한국교회가 한민족 앞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계기는 박해가 종식된 지 거의 백 년만인 1981년이었습니다. 이 해는 조선교구가 설정되었던 1931년으로부터 150주년이 되는 해였으므로, 박해로 시작된 한국교회가 보편교회로부터 공인된 것을 기념하여 백만 명 신자들이 전국에서 모이는 성대한 행사가 대대적으로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이 무렵에 한국교회를 민족 성원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상영되었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최하원 감독이 만들고 이영하, 원미경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던,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교회 초창기의 박해와 순교 역사를 그린 작품으로서 그 해 대종상을 받았습니다. 

 

2.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오늘 우리는 주님의 잔칫상에 초대해야 할 손님이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가난한 이들을 비롯해서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 같은 장애인들을 초대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들을 우선적으로 조건없이 초대해야만 우리도 주님으로부터 초대를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들로부터 다시 초대받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주님의 잔칫상에 초대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해서 차려지는 잔칫상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라는 촉구로서, 우리의 세계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도 분명히 우리 눈에는 태양이 아침에 동쪽에서 떠서 저녁에 서쪽으로 집니다. 이를 천동설이라 합니다. 그러나 천문 관측과 수학적 계산에 의하면 이것은 착시 현상입니다. 지구도 우주의 한 별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가 태양은 물론 지구보다 훨씬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거대한 착시 현상입니다. 천동설을 대신해서 지동설이 과학적 진리로 자리잡은 때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천문 관측과 수학적 계산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음을 확신했던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종교 재판을 받고 자신의 신념을 버리라는 강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4백여 년만인 대희년에야 그는 교회로부터 복권되었습니다. 

 

3.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

이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이들과 장애를 지닌 이들을 자선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로 치부하는 천동설적 생각은 이제 그들이야말로 모든 이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게 하는 존재라는 지동설적 생각으로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오히려 역발상을 해서, 그들을 초대 손님으로 맞이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주인처럼 맞이하시는 하느님을 통해서 우리네 역사를 하느님 나라의 새 역사를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 사회에서 하느님께서 세우시려는 새 나라의 좁은 문으로 우리가 들어가려면 사회에서 소외시킨 이들을 새 나라의 주인으로 알아보는 안목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천동설과도 같은 종래의 안목에서 지동설과도 같은 복음적 안목으로 바꾸는 대전환이요, 우리도 예수님 편에 서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게 되는 은총입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이 이스라엘 민족이 지녔던 편협한 선민의식이 아니라 본래 하느님께서 바라셨던 대로 모든 인류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앉게 되는 보편적 정체성입니다. 이를 위해서도 우리 민족은 예수님의 계시에 따르는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녀야 합니다. 한민족의 일원이면서도 그 정체성을 나누어 누리기에는 역사적으로 지체되고 소외되어온 약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정체성의 혜택이 공유될 수 있을 때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주류도 그 정체성을 분명히 깨닫게 되는 은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4. 손님 1: 탈북민

첫 번째로 초대하여 끌어안아야 할 손님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정착한 탈북자들입니다. 한국적을 취득했지만 경쟁이 치열한 남한 사회의 자본주의적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부쳐서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힘이 부친 이들은, 자기들만의 힘으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나누어갖고 새 나라의 꿈을 함께 누리기에는 역부족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장차 통일과정에서 이들은 민족 통합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지요. 북한의 장점과 약점, 그리고 남한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다 잘 아는 독보적인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5. 손님 2: 조선족

두 번째로 들어야 할 초대 손님은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입니다. 일제의 압박도 피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려고 조상들이 일제강점기에 만주 땅으로 이주했던 까닭에 지금은 중국적을 지니고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요구받고 있고 사회주의적 사고방식도 지니고 있지만, 중국 사회에서 소수 민족으로 취급되는 이들은 한국 사회에 노동하러온 이주노동자들 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3D업종에 종사하면서 설움도 많이 받고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새 나라의 꿈을 함께 꾸고 싶어 합니다. 장차 통일 한반도와 중국과의 관계가 선린우호관계로 발전하자면 그 징검다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6. 손님 3: 고려인

일제강점기에 연해주로 이주하여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동포들은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 치하에서 어이없게도 멀리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하여 버려지다시피 했습니다.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그들이 그 세 번째 손님입니다. 그들은 삼, 사 세대를 이어져 내려오면서도 한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해 온 동포들이고 이 긍지로 현지에서도 살아남아 주목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전하려는 복음이 장차 북녘 땅을 거쳐 만주와 중앙아시아의 대륙으로 퍼져나가자면 반드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7. 재미동포와 재일동포

 네 번째 손님으로는 재미동포와 재일동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재미동포의 범주에는 미국 땅뿐만 아니라 카나다와 중남미로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들도 포함됩니다. 이들은 나라가 어렵던 시절 반강제로 고국을 떠나 중노동을 하며 시작된 이 지역의 이민생활은 이제 탄탄히 자리를 잡았고 주류 사회로 편입되어 가는 중이지만, 아시아계 이민에 대한 텃세와 차별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또 재일동포의 범주에는 한국과 교류하고 있는 민단 소속뿐만 아니라 북한과 교류하고 있는 조총련 계열도 포함됩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동포들이 일본 사회에서 모진 핍박을 받으면서도 분단된 조국이 남이나 북이나 이념을 강요한 탓으로 일본적도 아니고 한국적이나 북조선적도 아닌,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동포들이 수십만 명입니다. 한반도에 새 나라가 세워지고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자면 이들도 동참시켜야 합니다. 재미동포와 재일동포는 다 같이 미국이나 일본이 그런대로 먹고 살만한 나라였던 덕분에 경제적 여유는 찾았지만 정신적으로는 민족정체성을 더 갈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어서 국내에 살고 있는 우리들보다 한민족의 운명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아마도 이 재미동포와 재일교포들이 이 지역에서 한류가 퍼져 나가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을 것이고 또 그 혜택도 가장 크게 보고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복음적 한류에 있어서도 그럴 것입니다.  

 

8. 해외 입양인과 다문화 가정

다섯 번째로는 해방 이후 해외에 입양되어 그 나라에서 자리 잡은 사람들과 우리나라에 이주하러 와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아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들 수 있습니다. 입양아 출신들은 그 나라 사람으로서 성장했고 우리 말도 할 줄 모르지만 얼굴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가 하면, 이주민들은 사정이 그 반대입니다. 한국적도 취득했고 한국인과 살고 있지만 우리 말이 서툴고 생김새도 달라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소외된 채로 이등국민으로 삽니다. 이들도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해외에서 살든 국내에서 살든 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이 한민족의 꿈과 결합됨으로써 통일된 한반도에 이룩될 새 나라가 국제적으로 개방되고 건강한 문명사회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어차피 피부색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인류는 하느님의 가족이라는 우리 신앙의 보편적 이상을 상기해야 합니다. 

 

9. 민족 정체성 회복과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 

이상 열거한 사람들을 한민족의 구성원으로 초대할 때에 그 일을 온유하게 처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새 나라 새 꿈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하느님 백성을 지향해야 하므로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고 보편적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톨릭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가장 큰 짐을 짊어지고, 이 요청과 계시를 믿음으로 고백하는 동료 그리스도인들이 그 짐을 나누어 짊어지며, 이 진리에 동의하는 종교인들과 선의의 모든 시민들이 그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나아간 이 새로운 역사가 바로 ‘시온산’이 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