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깨어서 준비하고 있어라

수성구 2022. 8. 25. 02:58

깨어서 준비하고 있어라

 

1코린 1,1-9; 마태 24,42-51 /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2022.8.25.; 이기우 신부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마태 24,42.44)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나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여러분에게 베푸신 은총을 생각하며, 여러분을 두고 늘 나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에 관한 증언이 여러분 가운데에 튼튼히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1코린 1,4.6-7) 라고 말하면서 코린토 선교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음과 독서의 말씀 모두 주님의 재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재림을 맞이하기 위하여 깨어서 준비하라고 재촉하시고, 사도 바오로는 그에 따라서 코린토 선교로써 응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시러 재림하시는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악을 종식시키시는 때가 종말입니다. 그때가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오직 하느님께서만 아십니다(마르 13,32). 이는 그때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이 재림의 때와 양식에 대하여 말씀과 성찬과 가난한 이들을 섬김으로 이루는 공동체,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말씀으로 오시고, 성찬으로 오시며, 우리가 이 말씀을 듣고 성찬에 참여하여 거룩한 기운을 받아서 가난한 이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때에 오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사 중 말씀 전례에서 봉독되는 모든 말씀에 대해 “이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성찬에서 축성된 제병은 더 이상 밀가루로 된 제병이 아니라 성체이며 축성된 포도주는 술이 아니라 성혈입니다. 이 성체와 성혈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거룩하게 변화시킵니다. 그래서 성체와 성혈을 받아 먹고 마실 때,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피”,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이 말씀과 성찬의 표지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사랑의 십자가, 섬김의 희생을 짊어짐으로써 직접 재림하시는 그분을 만나도록 이끌어줍니다. 우리는 최후의 심판 때에 이 십자가를 짊어진 만큼 상과 벌을 받으려니와, 십자가를 짊어지고 희생을 감당할 때에 함께 하심으로 재림하십니다. 

 

  또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세 가지 표지에 더하여 두 가지 표지를 추가하였습니다. 국제신학위원회의 신학자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냈는데, 그것은 첫째 세례 받은 모든 신자들이 서로가 받고 있는 성령의 이끄심, 즉 그리스도의 인호를 인정하고 상호 간에 존중하는 평등한 교회이고, 그 다음 둘째로는 이 평등한 교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로서 실질적으로 공동합의의 논의구조와 결정구조를 이룩하는 인격적인 교회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첫 세 가지 표지만큼이나 나머지 두 표지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현대 가톨릭교회에 꼭 필요한 재림의 징표입니다. 인간관계나 의사결정 및 논의구조에 있어서 세상보다 더 매력적이지 않고, 세상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정도와 수준이 아니면 교회는 복음을 선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깨어서 준비해야 할 바가 이로써 분명해졌습니다. 우선, 말씀이 담겨 있는 성경에 대한 교양을 쌓아야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의 체험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시행착오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네 복음서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전례를 통해 말씀을 선포하고 있는데, 주일의 가-나-다해와 평일의 홀수해-짝수해 등 모두 6년 안에 신구약 성경의 주요 부분을 다 들을 수 있게 배려해 놓았습니다. 미사 전에 미리 말씀이 적힌 성경 본문을 읽고 묵사하는 준비는 기본입니다. 

 

  그 다음, 성찬에 참여하는 자세는 예수님과 함께 제사를 바치는 지향으로 하느님께로 향해서 영혼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성찬의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변화를 우리 자신의 마음과 생활에서 이룩할 각오로 영성체를 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런 거룩한 기운이 이때 하늘에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는 가난한 존재이고 또 크고 작은 어려움을 항시 안고 사는 존재이지만 우리보다 더 가난하고 우리보다 더 큰 어려움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과 희생으로 섬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죽은 후 내세의 상과 벌을 받게 될 것이지만, 현세에서도 복음화의 성취를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믿는 이들은 서로의 신앙 감각을 존중하는 가운데로 사도직을 결정할 때 공동으로 경청하고 논의하며 결정하는 인격적인 구조를 견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깨어서 준비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우리가 이 일들을 할 때마다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부지런히 오르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