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 / 정용진 요셉 신부
오늘의 묵상
대형 유람선을 탄 승객들은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보다
그날 식단과 놀 거리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영원성을 삭제하면 지평선은 언제나 좁게 보인다.”라는
어느 이탈리아 주교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먼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젊은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들에게는 올여름에 어디 갈 것인지,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어떤 클럽에 갈 것인지, 오늘 저녁을
먹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흥미로운 관심사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른들 탓이 큽니다. 어른들의 생각과 삶 속에서
점점 ‘힘들지만 참는다’, ‘영원하다’, ‘결정적이다’ 등과
같은 말이 사라졌고, 그 영향이 젊은이들에게서 보이는 듯합니다.
우리는 점점 ‘지속’, ‘충실’, ‘인내’와 같은 낱말을 멀리하려 합니다.
현재가 영원할까요? 현재를 영원한 것으로 믿고 살아야 할까요?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하늘에 오르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은 우리에게 한 여인을 소개합니다.
그는 한 아기를 낳은 빛나는 옷을 입은 여인입니다.
붉은 용이 이 여인을 적대시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그 아기를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아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여인은 광야로 숨습니다.
이 여인은 명백히 교회를 상징합니다.
또한 구세주 메시아를 바라는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를 반대하는 용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뱀을 떠오르게 합니다.
모든 악이 폭력을 휘두르며 아기와 교회를 반대하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교회는 아기를 지켜 내고 우리는 광야로 피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피난처를 마련해 주십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마귀의 시련과 유혹에
시달리겠지만 그가 우리를 죽게 하지 못합니다.
교회는 성모님께서 광야로 피신한 모든 백성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하늘에 올라가셨다고 믿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성모님의 위대함을 알리는 진짜 이유를 알려 줍니다.
바로 그분의 믿음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
믿음은 성모님의 온 생애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가 썩을 몸으로 끝날 인생이
되지 않게 하시리라는 것을 믿으셨고,
마침내 하늘로 불려 올라가시어 우리의 희망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인생입니까?
우리가 탄 배의 종착지는 하느님 아버지의 집입니다.
‘귀양살이하는 하와의 자손들이 슬픔의 골짜기에서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나이다.’(‘성모 찬송’ 참조)라는 말처럼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길의 끝은 성모님 생애의 끝과 같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우리의 어머니처럼 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입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 인생이 거룩한 순례 길임을 믿으며
하늘에 오르신 성모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 정용진 요셉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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