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옹기와 그물의 비유에 비추어 본 교육 현실

수성구 2022. 7. 28. 06:15

옹기와 그물의 비유에 비추어 본 교육 현실

 

예레 18,1-6; 마태 13,47-52 /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2022.7.28; 이기우 신부

 

  예언자 예레미야는 옹기의 비유로 피조물인 인간의 운명에 대한 하느님의 주도권을 상기시켜 주고 있고, 예수님께서는 그물의 비유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면서 행사한 자유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 종말에 예정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주도권과 인간의 자유가 팽팽하게 교차되는 가운데 전개되는 인간의 운명과 사후에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심판이라는 섭리가 나타납니다. 

 

  예레미야는 옹기의 비유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일찍이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신 이스라엘이 개인으로나 민족으로나 그 운명이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예언의 형식으로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개인으로든 민족으로든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받았음을 깨우친 믿음으로 살아갔었더라면 옹기장이의 뜻대로 빚어지는 옹기처럼 만민의 빛으로서 그 운명이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예레미야가 일깨워준 이러한 섭리와 역사의식을 전제로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여러 가지 비유로 당신이 선포하시는 하느님 나라의 현실에 대해 일깨워 주셨습니다. 특히 우리 각 사람이 행사하는 자유가 하느님의 주도권에 순종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든 또는 거역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든 종말에 가서는 그 자유의 결과로 이룩된 인생이 하느님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 영원한 운명이 결정되리라는 것이 오늘 그물의 비유가 일깨워주는 메시지입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우리네 운명이 우리가 행사하는 자유에게 선택권이 맡겨져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심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혜는 교육의 이념으로 나타납니다. 교육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의 본성이 선함을 전제하고 어린 시절부터 그 본성이 하느님의 선함을 닮을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따라서 정직하고 도덕적인 품성을 바탕으로 마음과 행위가 일관된 인성을 함양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배울 교육의 권리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습니다(교육 의안, 1항). 

가정은 교육의 첫 번째 장으로서, 부모는 자녀를 교육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교육 의안, 3-4). 가정 교육의 본질은 바른 인간성을 형성하도록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데 있습니다. 모든 신자 부부가 혼인 성사를 거행할 때에 서약하는 세 번째 약속 즉, 태어난 자녀를 하느님의 뜻대로 가르친다 함은 종교적인 교리교육을 말하는 것이기 이전에 부모의 모범과 실천으로 자녀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시켜주어야 할 의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의무는 부모가 하느님께로부터 위탁받는 거룩한 의무로서 다른 이들에게 양도할 수 없는 것이고, 다른 이들이 대신 할 수도 없는 의무입니다. 이것이 유아 세례의 근거가 됩니다. 이로써 자녀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행해져야 할 이 인간성 교육은 교회에서의 교리 교육이나 학교에서의 지식과 기술 교육 등에 의해서도 대체불가합니다. 

 

  그런데 해방 후 우리나라에서는 폭발적으로 교육 인구가 증가하고 고등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국가 사회 발전에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문맹율을 대폭 줄였고, 학력 수준이 높아졌으며,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였고, 여성의 사회 활동과 직업 활동에 크게 공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열의 배경에는 출세를 위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비교육적 사고로부터 출발한 까닭에 경쟁 교육이라는 독소를 뿌리박게 하여 인간성 상실 현상을 초래한 것도 사실입니다(교육 의안, 7). 이러한 역기능이 나타난 이유는 가정에서의 인간성 교육이 소홀히 취급된 결과 하느님에게서 비롯된 선한 본성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입니다. 그물의 비유가 경고하듯이, 결국 많이 배운 엘리트들 가운데에서도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되어 지탄을 받기도 하는 현실을 초래하였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목표는 인간성의 함양과 잠재된 창의성과 민주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합니다. 교회를 비롯한 사회의 각 기관은 이를 위한 보완적 교육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제도 교육 또한 오도된 교육 이념과 체계로부터 벗어나 보다 인간다운 교육 체계로 바뀌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웃 사랑을 체득하여 이웃과 함께 사는 즐거움과 공동체적 삶의 생활화를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교육 의안, 8). 또한 우리나라 현행 교육법에서도,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여 민주국가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념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1조)고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이 교육 이념이, 예레미야가 옹기의 비유를 들어 경고한 하느님의 섭리와 역사의식대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만민에게 선한 빛을 비추라는 깃발이 되어 줄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빚어지는 한민족의 운명이 전개될 것임을 알고 우리 민족 안에 깃든 신성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