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똑똑한 신자는

수성구 2022. 7. 16. 06:31

똑똑한 신자는

7월 셋째주 연중 제16주일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38-42)

 

똑똑한 신자는

(마진우 신부. 대구대교구 초전성당 주임)

 

교회는 항상 무언가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두둔해 왔다.

그저 앉아서 기도만 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하고

일하는 모습이 사실 눈에 더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적극적 행동의 나열 속에 서서히 방향을 잃어가는 것이다.

이 행사를 왜 하는지. 그 목적마저 흐릿해져 간다.

의미 없는 행사가 계속 되면 사람들은 서서히 지켜가고 짜증이 늘고

성당에 나오고 싶지 않아 한다.

 

 

요즘은 운전할 때 다들 출발전에 내비겨ㅔ이션 목적지를 설정한다.

모르는 길일수록 분명히 정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들이 쌩쌩 오가는 가운데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상황에 처하고 말테니까.

 

 

우리의 신앙 여정에도 방향 설정이 잘 돼야 한다.

무엇이 주된 목적이고 무엇을 위해 일은 하는지 사전에 점검하고 가야 한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예비자 교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건 신앙의 첫 관문을 통과하는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일뿐. 그 뒤에도 우리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배워야 마땅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뭔가를 하는데 열중하기 시작하면

무엇을 위해 그것을 하는지 재점검하는 시간을 쉽게 무시한다.

이미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하고 교만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우리가 성당 안에서 하는 모든 활동은 단 하나의 목적지를 지향한다.

바로 하느님이다.

우리는 살아도 그분을 위해서 살고 죽어도 그분을 위해서 죽는다.

그리고 그 하느님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로 다가오셨다.

 

 

헌데 오늘날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성당 안에서 저마다 자신들이 찾는 목적만 추구할 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오직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신앙을 찾아온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멍청한 소리이고 심지어는 두려운 소리이다.

 

 

그래서 똑똑한 신자는 미사 퇴장 성가가 울리기 시작하면

얼른 빠져나와서 성당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마리아의 집중이 있어야 마르타도 기쁘게 일할 수 있다.

마리아가 사라져갈 때 마르타는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주님을 모시면서도

그 일이 버겁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우리 안의 마리아와 마르타를 잘 살펴보자.

말씀. 예수님의 십자가 그리고 삶의 본질과 방향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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