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손 도손 나눔

연속극이 아니라 단막극

수성구 2022. 7. 13. 05:54

연속극이 아니라 단막극


가게나 음식점 등에서 뜻밖의 서비스를 받게 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세세하고 다정다감한 주인분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단지 반찬 몇 가지만 샀는데도 계란말이를 덤으로 넣어 주시는 반찬가게 사장님, 칼국수를 시켰는데

혹시 배고플까 봐 공깃밥까지 챙겨 주시는 음식점 사장님...

생각지도 않았는데 받게 된 이런 배려는 누군들 마음이 환해지지 않을까?
덤으로 얻게 된 것의 가격을 떠나, 주신 분의 따뜻한 마음은 최고의 가치로 내 기억 속에 각인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참 야릇하다.

그런 서비스가 몇번 반복되게 되면, 고마움이 더 커져야 할 텐데,

오히려 감동은 줄어들고 어째서 기대감만 더 강해지게 되는 걸까?

매번 반찬을 덤으로 주시던 사장님이 어느 날 그냥 주문한 반찬만 내어 주시거나,

서비스로 공깃밥을 챙겨 주시던 식당 주인께서 달랑 칼국수만 내 오면 기분이 묘해 지는 건 왜일까?

지금껏 받아 온 것이 배려였음에도 그것을 받지 못하면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조금씩 서운한 감이 드는 내 모습에 스스로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는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선물처럼 준 건데,

받는 사람은 그것이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처럼 여겨지는 불편한 진실...

아마도 이 황당함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건 아닐까?

"애초에 잘해 줄 필요가 없어, 잘해 주면 그게 당연한 게 되고 나중에 못해 주면 도리어 화를 낸다니까!"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싶어도, 결국 그 결과가 해피엔딩이 아닐까 봐

그 배려를 시작부터 원천적으로 단절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뜻밖의 배려를 선물처럼 받을 때 처음엔 받은 것의 혜택보다 준 사람의 그 마음이 더 커 보였기에 기뻣었다.
그런데 배려가 계속되면 마음보다 받는 것의 혜택에 눈길을 빼앗기게 된다.

이제부터는 단단히 명심해야겠다.
베풂은 연속극이나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그 한 번으로 완벽한 단막극이라는 것을,

다음에 '또' 가 아니라, 이번만으로 '도' 가 행복을 망가뜨리지 않는 비법이다.

이충무 바오로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