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향수

수성구 2022. 6. 30. 05:33

향수

 

 

- 설란 백덕순

 

 

 

폭풍 그치고

앞마당으로 흐르는 실개천따라

파란 꿈 실은 하얀 종이배 띄워놓고

 

어린 형제들이 둘러 앉아

팥 칼국수 한 사발씩 흐르는 개울물에 식혀먹던

빨강 지붕 아래 풍경이

세월의 먼지 속에 어른대다 안갯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지랑이 아른아른 졸고 있는 허술한 간이역

먼 산 넘어온 기적소리에

지금도 잠 못 이루시는 어머님의 기다림처럼

고향에 두고 온 흔적들이 하나 둘 그리워진다

 

뒷동산 오솔길 노루 한 마리 말똥거리며

돌아보던 애절한 눈동자

하늘에 올라 반짝이는 밤

 

실바람 따라 친구 집 담장 넘어온

눈부신 찔레꽃 향기에서는 

분 냄새보다 좋은 어머니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