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설란 백덕순
폭풍 그치고
앞마당으로 흐르는 실개천따라
파란 꿈 실은 하얀 종이배 띄워놓고
어린 형제들이 둘러 앉아
팥 칼국수 한 사발씩 흐르는 개울물에 식혀먹던
빨강 지붕 아래 풍경이
세월의 먼지 속에 어른대다 안갯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지랑이 아른아른 졸고 있는 허술한 간이역
먼 산 넘어온 기적소리에
지금도 잠 못 이루시는 어머님의 기다림처럼
고향에 두고 온 흔적들이 하나 둘 그리워진다
뒷동산 오솔길 노루 한 마리 말똥거리며
돌아보던 애절한 눈동자
하늘에 올라 반짝이는 밤
실바람 따라 친구 집 담장 넘어온
눈부신 찔레꽃 향기에서는
분 냄새보다 좋은 어머니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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