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성령강림 대축일 : 다해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수성구 2022. 6. 5. 05:00

성령강림 대축일 : 다해 / 조욱현 토마스 신부

성령강림 대축일: 다해

복음: 요한 20,19-23: 성령을 받아라.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이다. 이 시간에는 교회, 즉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다양한 지체가 되게 하는 은총의 선물로서의 성령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요한복음에서는 성령의 선물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저녁에 사도들에게 주어지고 있다. 이것은 성령의 선물이 부활의 신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성령의 선물은 부활의 결실이다. 그러므로 성령강림은 부활에서 시작하여 부활이 활짝 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성령은 부활의 선물일 뿐 아니라, 교회에 주어진 선물이다. 이 선물은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21-23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온 세상 모든 사람에게 파견하시며, 제자들을 통하여 대립과 분열의 근원인 죄악이 소멸한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시려고 파견하신다. 성령이 공동체를 위한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첫째로, 성령이 사도들에게 부어진 것은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다. 둘째로, 죄를 용서해 줌으로써 이기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을 형제로 받아들이게 한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죄를 이기고 우리가 거룩한 공동체가 되도록 이끌어 주신다.

 

우리 교회는 이 같은 자세로서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용서하는 형제적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복음에 나오는 화해의 성사는 바로 이러한 교회의 중요성을 띠게 된다. 성령께서는 교회를 비록 그 구성원 각자가 개별적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개방된 거룩한 이들의 모임으로 만들어 가기를 원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성령은 관계라고 했다. 사랑의 관계이다. 항상 이 사랑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화해의 성사, 그러므로 성령의 첫 선물은 용서라고 할 수 있다.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회의 차원이 코린토 서간에서 상세히 다루어지고 있다. 은총의 선물의 다양성이 단일성 안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4-7)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성령의 선물들이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은총의 선물이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그 가치를 드러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성령의 도우심으로 자신의 완성을 실현해 나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욱 풍요해질 것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를 또한 몸과 지체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1코린 12,12)

 

몸의 각각의 지체는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자기 자신을 실현해 나아간다. 또한 다른 지체들의 협력을 통해 부유해지기 때문에 받는 것이다. 교회는 이처럼 주고받음을 통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다른 지체들 때문에 풍요도 입게 되는 그러한 특성을 최대한 실현해 나가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을 도구화한다든지,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봉사와 희생과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맞이하는 태도만을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이루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쇄신시키고, 회개시키고, 결합해 하나로 일치시켜 나갈 수 있는 성령의 힘뿐이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1코린 12,13)

 

한 성령을 나누어 마신 우리 교회 공동체가 서로 간에 친교를 나누고 맡은 바 직무에 대한 은총의 선물을 주고받지 못한다면 성령을 받았지만, 성령을 전혀 모르는 이방인들의 삶을 사는 것이다. 거기에는 성령께서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성령은 관계이다. 사랑의 관계라고 강조하였다. 이 관계를 우리 안에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교회를 올바로 이루지 못한다. 우리가 비록 모두가 다르더라도,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고, 다른 세계를 살고 있고, 또한 다른 생활 체험을 하지만, 사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신(사도 2,1-11) 성령의 메시지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오늘도 기도해야 한다. “오소서 성령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시며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