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시와 좋은 글

가장 비싼 바이올린

수성구 2022. 6. 4. 02:12

가장 비싼 바이올린

6월 첫째주 성령강림 대축일

성령을 받아라(요한 20.19-23)

 

가장 비싼 바이올린

(이재정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주임)

 

어느 날 유명 바이올린 연주자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에 흥분하며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윽고 연주가 시작 되었고. 사람들은 가장 비싼 바이올린이 내는 황홀한 음색에 심취되었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가장 비싼 바이올린의 음색을 친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주자가 갑자기 바이올린을 바닥에 내던지며 발로 짓밟아 박살을 내버렸다.

사람들은 경악하며 연주자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여러분은 방금 고물상에서 가져온 중고품으로 연주한 음악을 들으셨습니다.

곧이어 연주자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것입니다.

연주자는 곧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으로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두 연주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음악이란 악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연주자에게 달린 것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악기에 불과한 우리가 우리의 음색으로 소리를 내려 한다면.

연주자인 예수님의 그 고운 음색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시며 성령을 통해

제자들이 하느님의 뜻을 잊지 않고 수행하도록 이끌어주신다.

성령은 우리 각자에게도 오시어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다.

예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예수님의 음색을 내도록 해야 한다.

예수님의 음색을 낸다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그분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제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자만심과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그리고 나만의 음색을 내려는 욕심으로 인해

성령께서 내시려는 예수님의 음색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느님께서 엄청난 은총과 은혜를 나에게 베풀어주신다 하더라도

나를 우히나 것으로만 사용한다면 그 모든 것들은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아무리 좋은 품종의 나무를 심는다해도 올바로 가꾸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잘 자라지 못한 채 그저 좋은 품종의 싹이었던 사실에 그치고 말 것이다.

 

 

성령을 통해 예수님의 음색을 내도록 하자.

그 소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위로의 소리.

불목하는 이들을 위한 평화의 소리.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을 위한 용서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셨던 음색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소리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기심을 비우고 성령께서 그 자리를 채우시도록 하자.

그러면 내 안에서 예수님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백합 > 시와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이 참 좋다  (0) 2022.06.06
성물의 의미  (0) 2022.06.05
내가 할수 있을 때 인생을 즐겨라  (0) 2022.06.03
삶의 향기 가득한 곳에서  (0) 2022.06.02
눈을 감는 일  (0)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