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 일
눈을 감는 일
(이해인 수녀)
살아갈수록
눈을 감는 습관이
나를 길들인다.
잠이 쏟아지거나
꿈을 꾸고 싶을 때
깊이 생각하고 싶을 때
눈을 감으면
은은하게 출렁이는 환희심으로
삶이 더욱 어여쁘다
자질구레한 근심 걱정 사라지고
보름달 닮은 행복이
나를 휘감는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눈을 감는 게 아니고
오히려 살고 싶어서
눈을 감는 일이 더 많아진다고
오늘도 고개 끄덕이며
눈을 뜨기 위해 눈을 감네
언젠가 내가 영원히 눈을 감아
뜨지 못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눈을 감아야지
더 기쁘게 더 고요히
삶을 관조하는
작은 성녀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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